평균연령 25.9세, 9번째 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 축구의 현주소다.
4년 전인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차이가 크다. 평균 연령 27.5세의 허정무호는 베테랑의 잔치였다. 박지성 이영표 이운재 안정환 등 굵직한 스타들이 출동했다. 23명의 최종명단 중 해외파는 절반에 못 미치는 10명 뿐이었다. 하지만 경험의 힘으로 이겨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위업을 썼다.
홍명보호의 키워드는 도전과 미래다. 30대는 중앙수비수 곽태휘(33·알힐랄) 단 한 명 뿐이다. 나머지 22명 중 절반이 20대 초중반의 선수들로 채워졌다. 2009년 이집트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을 시작으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등 세계 무대로 오르는 계단을 차분히 밟았다. 지난 5년 간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를 누볐던 선수들은 한국 축구가 키워낸 미래였다.
가능성은 현실이 됐다. 한국 축구의 새싹들이 세계 무대에 당당히 섰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곧 한국 축구의 미래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의 무대다. "여기에 온 선수들은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어 갈 선수다."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러시아와의 본선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태극전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갈고 닦고 키워낸 선수들이라서가 아니다. 신뢰가 밑바탕이다. 홍 감독은 "우리는 젊은 팀이고 에너지가 넘친다"며 "그렇다고 해서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이 섣부른 판단을 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 브라질월드컵의 언더독(Underdog·이기거나 성공 가능성이 낮은 약자)이다.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비교해 객관적인 전력, 경험에서 모두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무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라면서도 "나는 이 팀의 감독이고, 내가 믿는 것은 지금 이 팀의 선수들이다. 우리 팀의 선수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믿어왔다. 앞으로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뢰 또 신뢰였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월드컵의 신기루에 사로 잡혀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결과에 급급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성과를 보느라 세대교체와 미래설계에 소홀했다. 이는 부메랑이 되어 한국 축구를 아시아 3위까지 끌어 내렸다. 브라질월드컵은 반전의 기회다. 잘된 점은 키우고, 잘못된 점은 고칠 수 있는 소중한 시험대다. 한국 축구 10년을 이끌어 갈 지금의 월드컵대표팀, 그들이 걸어가는 길이 소중한 자산이다. 홍 감독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길을 걸어가고 있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월드컵 뒤 0점(감독)이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웃음). 좋지 않은 성적보다 후회를 남기는 것이 더욱 두렵다."
백지에서 시작한 홍명보호는 어느덧 완연한 붉은색이 됐다. 투혼이라는 단어에 함축된 한국 축구의 정신을 브라질에서 펼쳐보일 준비를 마쳤다. 홍 감독은 "러시아전 아침, 우리 선수들은 붉은색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이제부터 시작된다.
쿠이아바(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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