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축구, 결국 팬들이 열쇠를 쥐고 있다.
차기 A대표팀 사령탑 선임도 현안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K-리그의 재건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한국 축구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 팬이 없는 K-리그는 존재 이유가 없다. 그들만의 잔치에 불과하다.
팬이 먼저고, 성적은 그 다음이다. 상향 평준화가 해법이다. 흥행의 한 축인 수원 삼성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월드컵 휴식 후 재개된 K-리그 클래식에서 3차례 홈경기를 치렀다. 5일 경남전 2만267명, 주중인 9일 울산전 1만174명에 이어 19일 인천전에서 2만3835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또 다른 축인 FC서울은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원정에서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고 있다. 수원과 정반대로 원정경기가 세 차례 였다. 5일 전남 원정에서 9012명이 찾았다. 1만3000석 규모의 광양전용구장이 떠들썩했다. 전남의 올시즌 평균 관중은 3517명이다. 9일 포항 원정에서는 주중에도 불구하고 9427명이 자리했다. 8960명의 포항 평균 관중을 훌쩍 넘겼다.
19일 제주 원정은 더 특별했다. 상생의 해법, 꽃이 활짝 피었다. 스토리가 있었다. 제주는 서울전이 곧 전쟁이었다. 2주 전부터 모든 시계를 이 날에 맞췄다. 2008년 이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서울과의 경기를 '타깃 매치'로 정하고, 모든 마케팅 역량을 집중시켰다. 징크스도 징크스지만 서울전을 통해 팬들에게 축구장을 찾은 재미를 안기고, 다른 경기까지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지난해 전쟁 컨셉트의 '탐라대첩'으로 재미를 본 제주는 올해에는 가장 핫한 키워드인 '의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의리' 사진 콘테스트, '최고의 프으리킥', '승리의 맥주 빨리 마시으리'등을 기획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의 등장은 이날 '의리대첩'의 하이라이트였다. 지난해 서울전에서 군복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선 그는 이번에는 의리 의상(가죽 점퍼, 선글라스, 블랙진)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했다. "서울전은 반드시 승리하으리"를 외치며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국지성 호우가 야속했지만 무려 1만6401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목표인 2만명에 미치지 못했지만 올시즌 제주의 평균 관중(7114명)보다 2.31배나 많은 팬들이 몰렸다. 전반전이 시작되고 나서도 경기장을 찾는 발걸음이 계속됐다. 연인부터 가족단위의 도민들, 관광객들까지 관중석을 채웠다.
열기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었다.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4분 서울의 에벨톤이 선제골을 터트리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1분 뒤 드로겟이 극적인 동점골을 쏘아올렸다. 1만6401명이 쏟아낸 함성이 제주월드컵경기장을 뒤덮었다.
'서울 마케팅'이 통했다. 서울은 12일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올시즌 최다인 4만6549명을 모았다. 월드컵 후 1차례 홈과 3차례 원정경기의 평균 관중은 2만347명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원정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미소가 흐른다. 그는 "요란한 손님 대접이 고맙다"며 웃은 후 "결국 구단 인식이 바뀌어야 K-리그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원정마다 많은 팬들이 찾아와 고맙다. 어떤 경기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후 악몽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울이 상생의 길을 열고 있다. '축구 불모지'라는 말이 사라져야 한국 축구가 흥할 수 있다. 승패보단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다함께 사는 길이다.
김성원,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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