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구름 위를 걷고 있다.
더블의 영광은 현재진행형이다. 올 시즌에도 리그 1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황 감독의 피나는 연구와 톱니바퀴 조직력이 만들어낸 스틸타카가 K-리그 클래식을 지배 중이다. 그런데 황 감독은 지난 부산전을 마친 뒤 대뜸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황 감독은 포지션 파괴를 전면에 내세워 돌파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제로톱, 원톱 뿐만 아니라 포지션 변화가 줄기차게 이뤄지고 있다. 공격수들은 붙박이 포지션이 없어진 지 오래다. 미드필더 김재성은 풀백에 윙어, 최전방 공격까지 해결하고 있다. 다른 수가 없다. 지난달 이명주가 팀을 떠났고, 배천석 조찬호 김태수 김원일 등 부상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스쿼드는 한정적이다. 때문에 변화의 경계선을 계속 넘고 있다. 체력적인 부담이 늘어나고 선수들의 역할 분담에도 혼선이 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포항 선수들은 묵묵히 황 감독의 지시를 따라가고 있다. 그렇지만 황 감독은 포항의 완성도를 여전히 80%로 보고 있다. "20%를 채우는 게 숙제다. 그런데 언제 채워질 지는 모르겠다." 매 경기 완벽한 승리를 추구하는 승부사 기질이 번뜩이고 있다.
포항은 클래식 16경기 만에 10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황 감독은 스스로 "10승이나 선두 자리는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 했다. 주중과 주말을 오가는 후반기 살인일정,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전남 전북 등 변수가 즐비하다. 2012~2013년 조별리그에서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던 ACL은 정상까지 갈 길도 남아 있다. 방심하면 언제든지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선수들의 분전을 촉구하는 이유다.
황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미안하다. 하지만 각자의 몫을 잘 해줘야 내 고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날씨는 덥고 부상자도 많다. 하지만 강팀의 조건은 결국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더 냉정하게 경기를 마무리애햐 하고, 경기력도 높여야 한다"며 집중해 줄 것을 요구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황 감독과 포항은 매일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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