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성남의 스피드 레이서' 김동희(25)는 100m 육상선수 출신인 아버지 김창열씨(53)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그의 100m 기록은 11초대 초반이다. 김동희는 "육상선수이셨던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아 빨리 뛸 수 있는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그의 빠른 발은 부흥초 시절부터 돋보였다. 4학년 때 달리기로 전교를 평정했다. 인천 육상대회에도 출전해 육상부 선수들과 겨뤄 4위를 했다.
언남고와 연세대를 거친 김동희는 2011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그러나 한계를 느꼈다. 피지컬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초라한 프로 데뷔시즌을 보낸 그는 이듬해 대전으로 둥지를 옮겼지만 방출당했다.
축구 인생의 기로에 섰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일본으로 건너갔다. J2-리그 기라반츠 기타큐슈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목표를 재설정했다. 그는 "일본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뒤 한국에서 성공하자는 독기를 품었다"고 회상했다.
부활을 위해 노력한 것은 웨이트훈련이었다. '운동머신'으로 변신했다. 매일 훈련이 끝나도 방 안에서 아령을 놓지 않았다. 김동희는 "피지컬이 좋아져 큰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고 출전 기회도 많아지면서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의 '와신상담'은 김동희의 축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올해 초 김동희는 다시 K-리그 클래식의 문을 두드렸다. 자신의 동영상을 여러 구단에 전달하고, 테스트를 받았다. 자신의 잠재력를 인정해준 팀은 올시즌 시민구단으로 전환된 성남이었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던 미래는 어둠이었다. 또 다시 벤치만 달궜다. 전반기 6경기 출전(선발 2경기, 교체 4경기)이 전부였다. 반전은 7월부터 연출됐다. 사령탑 교체 이후 이상윤 감독대행 체제에서 주전 공격수로 중용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제주전은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프로 데뷔 4년 만에 첫 골을 터뜨렸다. 김동희는 "나를 믿어주시는 이 감독님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골을 넣고 싶다"고 했다.
주전의 꿈을 이룬 김동희는 이제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FA컵 우승이다. 성남은 13일 돌풍의 영남대와 4강 진출을 다툰다. 프로와 아마의 충돌이다. 성남의 우세가 예상된다. 김동희는 "학창시절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토너먼트 대회의 우승 비결을 알고있다. 이젠 프로에서도 우승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빠른 발을 가진 김동희의 별명은 '토끼'다. 그러나 그의 축구 인생은 '거북이'처럼 천천히 만개를 기다리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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