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벌의 주인은 서울의 '수호신' 유상훈이었다.
유상훈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 승부차기에서 포항 키커의 슛을 모두 막아내는 기염을 토하며 팀의 4강행을 이끌었다.
동물적인 감각이 그라운드에서 춤을 췄다. 포항의 1~3번 키커로 나선 황지수 김재성 박희철의 슛을 모두 막아냈다. 서울은 유상훈의 신들린 선방을 앞세워 2년 연속 ACL 4강행의 환희를 맛봤다. 2009년 이후 5년 만에 아시아 정벌에 나선 포항은 꿈을 접어야 했다. 당연히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맨오브더매치·MOM)는 유상훈의 차지였다.
유상훈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ACL이라는 큰 대회에서 4강에 올라 기쁘다. 120분 간 무실점으로 막아준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포항 키커들이 승부차기에 들어서면서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1번 키커와 2번 키커 슛을 모두 막아내면서 자신감이 생기면서도 어리둥절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상훈의 선발 투입은 의외였다. 베테랑 김용대의 자리를 꿰찼다. 김용대는 앞선 전북과의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에서 신들린 선방으로 역전승에 기여했다. 급성장한 유상훈의 기량과 김용대의 관록이 불을 뿜었다. 유상훈 카드를 택한 최용수 서울 감독은 승부차기 승리가 확정되자 벤치의 김용대를 껴안으면서 사제의 정을 나눴다. 최 감독은 "오늘까지 고민을 했다. 경기 전 (김)용대를 내 방에 불러 '고민한 결과 마지막(승부차기)엔 (유)상훈이가 역할을 해줄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용대가 잘 받아들여줬다. 용대가 있었기에 상훈이가 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상훈은 "어제까지만 해도 연습 때 승부차기를 잘 못 막았다. 우리 선수들이 워낙 킥이 좋다"고 웃으며 "경기 직전 미팅 때까지 선발로 나설 지 몰랐다"고 밝혔다.
유상훈은 신들린 선방으로 최 감독의 믿음에 200% 보답했다. 승부차기에 나선 황지수와 김재성, 박희철 모두 유상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유상훈은 "한 달 전 FA컵에서 (포항 선수들의 슛을) 막아본 경험이 오늘 잘 발휘된 것 같다"며 "박희철의 경우 데이터에 없었지만, 앞선 두 명의 슛을 막아내다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감도 잘 들어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워낙 슛이 좋아 승부차기에 가면 진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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