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이요? 저희는 8위팀입니다."
여기저기서 "올해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얘기들이 조원우 신임감독의 귀에도 들어가지 않을 리 없다. 조 감독에게 "우승 후보팀을 맡으셔서 좋으시겠다"고 농을 치자 "우승? 우리 8위팀이지 않나. 지난 3년간 가을야구도 못했다. 1차 목표는 가을야구"라고 솔직한 얘기를 꺼냈다.
2016 시즌 롯데에 대한 기대가 크다. 리그 최상급 화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타선이 건재하다. 마운드 뒷문 불안이 롯데의 최대 약점이었다. 그런데 구단에서 통큰 투자로 FA 마무리 손승락과 필승조 윤길현을 영입해줬다. 수년째, 아니 롯데 구단 창단 이후 쉽게 풀 수 없었던 마무리 문제를 해결했다 생각하니 당장 '우승'이라는 단어로 연결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선수 구성이 아무리 좋다 해도 그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들지 못하면 강력한 힘을 낼 수 없다. 그래서 조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이어져온 구단 내부 논란은 이제 종식시키고,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개성 넘치는 스타 선수들이 모여있는 프로팀, 선수들이 좋은 기분으로 매 경기 뛰게 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여기에 더해 베테랑 감독들도 전력이 강한 팀을 맡아 애를 먹는게 프로야구판이다. 그런데 조 감독은 초보다. 혼자 초보다. 나머지 9개 구단 감독들 중 초보 감독은 1명도 없다. 2년차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우승 감독 타이틀을 달았다. 나이도 71년생으로 10개 구단 감독들 중 최연소다. 그만큼 지도자로서 경험이 타 감독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인데, 그들과 같은 조건으로 싸워야 한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지만 감독간의 지략 대결, 기싸움도 매우 중요하다. 한 베테랑 감독은 "3연전을 앞두고 상대 덕아웃 분위기와 감독 표정을 보면 그 시리즈 결과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 그만큼 분위기가 중요하다. 특히, 감독 사이에 알게 모르게 기싸움이 오간다. 경기 중 위기 상황에서도 꿈쩍하지 않는 감독이 있고, 불안감을 노출하는 감독이 있다. 여기에 따라 나도 순간순간의 경기 운용에 영향을 받는다. 이 싸움에서 지면 경기에서 질 확률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 미묘한 분위기를 초보 감독이 당장 캐치해 유리하게 끌고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전임 이종운 감독도 신임 감독이었다. 그리고 한 시즌만에 성적에 대한 책임으로 경질됐다. 조 감독은 같은 신임 감독인데다, 오히려 계약기간은 1년 줄어든 2년이다. 선수 보강에 프런트는 칭찬을 받고 있다. 현장 감독이 느끼는 성적에 대한 부담, 압박감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과연 조 감독이 두산 김태형 감독에 이어 또 하나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시즌 초반이다. 그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다. 초보 감독들의 공통된 실수, 멀리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장의 승리에 집착하다가는 한순간에 팀이 망가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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