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때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신태용호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상승세가 하필이면 4강전을 앞두고 꺾였다. 23일 요르단과의 8강전(1대0 승)에서 졸전 끝에 승리하며 비난의 여론이 득세했다. 설상가상으로 4강 상대는 개최국 카타르였다. 정부의 지원 속에 육성된 카타르의 젊은 선수들은 파죽지세였다. 4경기에서 11골로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지더라도 또 한번의 기회가 남아있었지만, 지면 리우행에 실패하는 3-4위전은 실력 외의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 부담 큰 승부였다. 준결승에서 리우행을 확정짓는 것이 중요했다.
가장 중요한 경기, 결국 스타들이 해줬다. 한국은 27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최국 카타르와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2016년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강전에서 3대1 승리를 거두며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유럽파와 K리거가 합작한 작품이었다. 첫 골은 유럽파의 발끝에서 터졌다. 주인공은 류승우(레버쿠젠)였다. 류승우는 후반 3분 황기욱(연세대)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가 나온 틈을 노려 재치있는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류승우는 올 시즌 레버쿠젠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실전 감각이 물음표였다. 카타르 도하 입성 전인 UAE(아랍에미리트) 전지훈련에선 무릎까지 다쳤다. 하지만 진검승부가 시작되자 분데스리거의 클래스를 과시했다. 조별리그에서 1골-1도움을 올린데 이어 카타르전 선제골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권창훈(수원)은 결승골로 '에이스'의 이름값을 했다. 그는 1-1로 팽팽하던 후반 43분 이슬찬(전남)의 크로스를 슬라이딩하며 마무리했다.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떠오르며 한국축구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은 권창훈이었다. 많은 기대 속에 올림픽대표팀으로 옷을 갈아입었지만 부상과 적응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에이스는 위기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첫 선발이었던 2차전 예멘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데 이어 카타르전에서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그 전까지 부진했던 기억은 이 한방으로 씻겼다.
마지막 골은 황희찬(잘츠부르크)의 원맨쇼였다. 후반 추가시간 화려한 드리블로 수비 세명을 제치며 문창진(포항)에게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줬다. '한국의 수아레스'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은 환상적인 개인기였다. 황희찬은 요르단전에서 발목을 다치며 카타르전 출전이 불투명했다. 선발 대신 슈퍼조커의 임무를 확실히 해내며 신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돌이켜보면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 발탁때는 잘츠부르크 이적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으로 이슈의 중심이 됐다. 호주와의 평가전 활약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소속팀 차출문제로 가까스로 이번 대회에 나설 수 있었다. 본선에서는 골이 없어 마음고생을 했다. 그는 마지막 가장 중요한 순간 멋진 활약을 펼치며 그간의 아쉬움을 모두 날렸다.
대회 전까지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원조 에이스' 문창진도 이번 대회에서 4골을 뽑아내며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의 것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대회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질타를 받던 김 현(제주)은 원톱의 정수를 보이며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저마다 사연 많은 유럽파와 K리거는 카타르전에서 가장 황홀한 드라마를 썼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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