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락(伯樂)의 안목을 가지라'는 말이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인물인 백락은 말(馬)을 잘 고르기로 유명했다. 당시 말은 인재에 비유될 만큼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천리마는 흔하지만 백락은 흔치 않다'는 말은 제 아무리 좋은 인재라도 이를 구분할 줄 아는 이가 없다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렛츠런파크부산경남의 김영관 조교사는 '현대판 백락'으로 불린다. 국내에서 시행 중인 13개 오픈경주를 모두 석권하는 '슈퍼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오픈경주'는 서울-부경에서 활약 중인 2954두의 경주마가 실력을 겨루는 무대로, 총 상금은 65억원에 달한다. 마주와 조교사를 포함한 우승 상금만 36억원(서울 1위 상금 55%기준)에 이른다. 경주마의 연령 및 성별, 산지 등 다양한 제한 탓에 실력 만으로 출전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 만큼 마방에 철저한 준비를 거친 준마들이 버티고 있어야 한다. 김영관의 기록이 더 빛나는 이유다.
김 조교사가 처음부터 '백락' 소리를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4년 부경에 첫 발을 내딛을 때만 해도 무명의 조교사였을 뿐이다. 첫 해 출전 경주가 단 14회 밖에 되지 않았다. 노력 만이 살 길이었다. 자택인 안양과 발길을 끊은 채 마방에서 숙식하며 연구를 거듭했다. 피나는 노력에 마주들도 김 조교사에게 말을 맡기기 시작하면서 출전 횟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2006년 최우수 조교사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405차례 경주에서 108승(2위 64회·승률 26.7%·복승률 42.5%)을 작성하며 서울-부경 통틀어 최고 승수를 기록했다. 부경에서 경쟁 중인 울즐리 조교사(59승)가 뒤를 따랐지만 절반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다.
6일 렛츠런부경에서 만난 김 조교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날 출전한 마필들의 경주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마주 및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금새 경주 내용을 분석하고 깊은 생각에 빠지는 모습이 반복됐다. 승부사의 끓는 피는 숨겨지지 않았다.
김 조교사는 "부경은 마주와 마필관계자 모두 경쟁 체제가 확고하고 그만큼 노력을 한다"며 "수시로 소통하면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는 모두의 노력이 통한 것"이라고 공을 주변으로 돌렸다. 그는 "초반 5년 동안에는 안양의 집보다 마방에서 더 오래 생활한 것 같다"고 웃으며 "해외에 좋은 시스템이나 마필 관리 방법 등을 공부하면서 연구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젊은 조교사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좋은 성적도 나오는 것 같다"며 "선의의 경쟁과 그에 걸맞는 지원이 이뤄진다면 한국 경마의 파트2(PartⅡ) 진입도 한층 빨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노력 없이 얻는 성과는 없다. 김 조교사는 오늘도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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