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가장 비장했던, 가장 충성스러웠던 퇴장을 맞이하며 시청자에게 작별을 고한 배우 민성욱(37). 그로 인해 웃고 울었던 6개월이 벌써 그립다.
지난해 10월 첫 방송 이후 3월까지 시청률 1위를 놓지 않으며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김영현·박상연 극본, 신경수 연출). 민성욱은 극 중 이방원(유아인)의 심복이자 고려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무사 조영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성계(천호진)의 사병 출신인 조영규는 일찍이 이방원의 호의를 담당, 어린 이방원을 알뜰살뜰 보필했고 위기 속에서도 이방원의 손을 놓지 않으며 충성을 맹세했다. 비록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심미안은 없지만 의리로 똘똘 뭉친 믿음직한 의리의 무사로 이방원의 곁을 지켰다.
'육룡이 나르샤' 초반부터 함께했던 조영규, 민성욱은 45회가 방송된 지난 7일, 반촌에 숨겨둔 이방원의 무기고를 지키려다 척사광 윤랑(한예리)의 칼에 맞아 사망하며 퇴장했다. 피를 뿜고 죽는 그 순간에도 무기고를 들키지 않으려 했던 조영규는 자신을 살리려 했던 무휼(윤균상)에게 "문 닫아"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눈을 감았다. 가슴 절절한, 피보다 진한 우정이다.
먹먹하고 애절한 엔딩으로 '육룡이 나르샤'에서 퇴장한 민성욱은 방송 직후 스포츠조선과 만나 그동안 전하지 못한 '육룡이 나르샤' 에피소드와 아쉬운 종영 소감을 전했다. "병사로 죽는 줄 알았는데…"라며 머쓱한 미소를 짓는 민성욱에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무휼과 장난치던 조영규가 보였다.
"방송되기 일주일 전 대본을 받아봤는데 그때 조영규가 죽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놀랐죠. 원래 조영규는 병으로 죽으니까 저도 당연히 병사하는 줄 알았는데 뜻하지도 않게 멋진 죽음을 맞이하게 돼 얼떨떨해요(웃음). 역사에서는 이미 죽었어야 하는 인물인데 종영까지 가길래 은근 기대하긴 했지만요. 하하. 사실 선죽교 비극 이후 조영규의 퇴장을 준비했어요. 신경수 PD에게 '언제부터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 되겠느냐?' 묻기도 한 걸요. 콜록콜록 암시하지 않아도 된다기에 다른 장면을 만들어주시나 했는데 이렇게 멋지게 표현해주시다니, 감사해요."
민성욱은 조영규의 죽음에 대해 '육룡이 나르샤'다웠다고 평했다. "도련님, 부탁해"라는 시시콜콜하고 평범한 죽음 대신 단순했지만 강렬한 죽음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실 조영규 죽음의 신의 한 수였던 "문 닫아"는 현장에서 탄생한 즉흥 애드리브였다는 것. 이 한 마디에 담긴 강력한 힘 덕분에 조영규의 엔딩이 아름답게 마무리됐다고. '민성욱의 인생드라마'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육룡이 나르샤'였다.
"'인생드라마'라는 표현,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물론 전작들 모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했지만 '육룡이 나르샤'는 특히 더 제 인생에 남는 작품이 된 것 같아요. 주요 배역들의 일대기를 관통하고 있는 관찰자이자 조력자로 6개월을 살 수 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시청자도 이런 제 모습을 인정해주고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 기뻐요."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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