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는 워밍업이다. 이긴다고 해서 기록에 남거나 졌다고 해서 마냥 울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패는 나뉜다. 이기는 것이 마음을 풀어준다. 시범경기에서 감독들은 애써 표정을 감추지만 졌을 때보다 이겼을 때 다소 느긋해진다.
시범경기도 막판이다. 다음달 1일 개막이 코앞이다. 사령탑들은 이구동성으로 "시범경기 수가 너무 많다"고 아우성이었다. 한파로 몇 경기가 취소됐지만 팀당 14~16경기를 치렀다. 전력과 선수를 파악하는데 있어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팀성적은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지 않았기에 따져보기 애매하다. 1위 삼성(10승5패)부터 10위 롯데(3승3무10패)까지 전력을 다한 팀은 없다. 그렇다면 투타 성적은 어떨까. 시험 운용, 적은 타석수, 더 많은 투수가 짧은 끊어던지는 패턴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순위보다는 유의미하다는 주장이 많다.
마운드를 보면 SK가 팀평균자책점 3.57로 1위다. 2위는 kt로 3.92, 이후로 삼성(3.94) LG(4.37)가 뒤를 잇고 롯데는 6.33으로 최하위다. SK는 김광현(3경기 12⅓이닝) 고효준(6경기 6이닝) 김태훈(3경기 4⅓이닝) 세든(2경기 5이닝) 채병용(6경기 5⅓이닝) 등이 평균자책점 제로다. 켈리도 3경기(12⅔이닝)에서 평균자책점 0.71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선발진과 불펜이 고루 활약했다. 지난해 정우람(한화)과 윤길현(롯데)이 FA이적을 했지만 데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을 듯한 기대감을 키운다. 전력 누수는 있었지만 외부 보강이 없었던 SK. 박희수 전유수 등이 조금만 분발한다면 마운드 걱정은 크게 덜 수 있을 듯 하다.
kt에 대한 평가 변화 조짐은 마운드에서 출발한다. 막내 kt는 올해도 하위권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시범경기는 예단에 제동을 건다. 김재윤 장시환 등 지난해 두각을 드러낸 중심불펜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고 정대현(2경기 11⅔이닝 0.77)과 정성곤(2경기 9이닝 1.00) 등 선발진도 출발이 좋다. 평균 이상이 기대되는 밴와트 외에 외국인투수 피노의 활약이 중위권 도약 열쇠다.
롯데는 역시 손승락이 관건이다. 고질인 마무리 강화를 위해 4년간 60억원을 주고 영입했다. 다소 하락세였던 손승락이지만 기본 역량은 갖췄고, 목동보다 넓은 구장이라면 훨씬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 믿었다. 손승락은 시범경기에서는 기대 이하다. 6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7.20을 기록중이다. 경기수가 적긴 하지만 마무리는 담력과의 전쟁이다. 투구 패턴, 구위도 중요하지만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자신감과 어느정도의 존재감이 우선이다. 상대가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호구 잡히면' 끝이다. 올시즌 초반 몇차례 등판이 롯데의 '손승락 투자 분수령'이다.
팀타율은 두산이 0.290으로 1위, 삼성이 0.289, LG가 0.282로 각각 2위와 3위다. 9위는 SK(0.257), 꼴찌는 넥센(0.245)이다. 두산은 김현수(볼티모어)가 미국으로 떠났지만 전반적으로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이 좋다. 방망이 사이클이 개막에 앞서 빨리 올라온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타격감은 끌어올리는 것보다는 살짝 내리는 것이 수월하다. 지난해 팀타율 3할을 넘겼던 삼성은 박석민(NC)과 나바로(일본 지바롯데)가 없지만 차츰 그 간격을 메워나가는 느낌이다. 의외는 LG다. 지난해 헛방망이로 고생했던 LG지만 히메네스(0.500)와 서상우(0.471) 정주현(0.393) 채은성(0.389) 이천웅(0.378) 등이 펄펄 날고 있다. 수혈 자원의 몸부림이 태풍이 될지, 찻잔속의 돌풍에 그칠 지 두고볼 일이다. 넥센은 박병호와 유한준의 공백을 너무 빨리 절감하고 있다. 더 커진 고척돔에 대한 적응, 타선 짜임새 정비 등 '넥벤져스 부활'까지는 갈길이 멀어 보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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