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팀이라고 봐주는거지."
1군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 kt 위즈는 시범경기도, 정규시즌도 꼴찌였다. 전력, 경험의 한계를 절감한 시즌. 하지만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어엿하게 프로 10번째 구단으로 성장한 kt의 시작이 경쾌하다. 큰 의미가 없는 시범경기라고 하지만, 선배팀들을 따돌리고 10승1무5패를 기록하며 단독 2위로 마무리를 했다. 27일 최종전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SK 와이번스에 패했더라면, 단독 1위로 시범경기 타이틀을 차지할 뻔 했다.
1위는 아니지만, 2위도 엄청난 선전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 대어 유한준, 국민 우익수 이진영을 영입하며 전력 보완을 했다지만 아직까지는 kt가 상위권 팀들을 위협할 완전체라고 보기 힘들다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즉시 전력으로 평가됐던 오정복이 음주 사고로 낙마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이렇다 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치르며 점점 탄탄한 팀으로 변모해갔다. 특히, 엔트리 확정을 앞두고 젊은 타자들 사이의 묘한 경쟁 분위기가 형성되며 방망이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김사연이 시범경기 홈런 6개를 때려내며 '미니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문상철, 김동명, 하준호 등도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알아서 잘하는 베테랑들은 두 말할 필요 없었다. 김상현의 활약이 돋보였고, 이적생 유한준도 기대치를 충족시켜줬다. 시범경기 팀 23홈런으로 1위. 막강한 공격의 힘이 시범경기 마지막 5연승을 만들어냈다.
타선의 활약이 좋아서 그렇지, 투수들도 못한 게 아니다. 26일 롯데전까지 팀 평균자책점이 3.92로 10개팀 중 2위를 기록했다. 장시환이 기적과 같은 회복 속도를 보이며 돌아와 뒷문의 큰 축을 담당해주며 조무근, 김재윤, 최대성, 홍성용 등 다른 선수들도 여유를 갖게 됐다. 외국인 선발 3총사도 각각의 색깔을 자랑하며 적응을 마쳤고, 정대현-엄상백-정성곤 영건들도 조범현 감독에게 확실한 믿음을 심어?다.
이제 남은 건 정규시즌에 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일. 조 감독은 "상대팀들이 꼴찌라고 시범경기에서 봐준 것 같다"라는 농담을 하면서도 시범경기 선전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조 감독은 이내 진지한 말투로 "내가 선수들 칭찬을 잘 안하지 않나. 그런데 최근 타자들의 활약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시범경기를 치르며 차근차근 방망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흐름이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타격 컨디션을 절정으로 끌어올린 선수들의 노력과 의지에 높은 점수를 줬다.
방심은 금물이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투-타 전력이 탄탄하다. 과연 kt가 '춘추전국시대'가 예상되는 올시즌 프로야구 판도를 바꿀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할 수 있을까.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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