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새로운 직장 드라마의 지평을 열까.
JTBC 금토극 '욱씨남정기'가 화제다. '욱씨남정기'는 갑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을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드라마다. 절대갑의 횡포에 맞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직장 드라마계의 레전드로 남은 tvN '미생'과 비교되는 지점이 많다. 과연 '욱씨남정기'는 '미생'을 뛰어넘을 새로운 직장 드라마로 남을 수 있을까.
'미생'이 신드롬을 불러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리얼리티다. '미생'은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취업 뽀개기를 꿈꾸는 인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리고 그 안에 스펙 만능주의, 직장 내 따돌림, 책임 회피, 갑의 권력 남용과 을의 비애, 성차별, 열정페이 등 이 시대 직장 생활의 애환과 문제점을 고스란히 녹여내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욱씨남정기'도 이런 부분이 많이 닮아있다.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을 목격하고도 정직원 채용이 안 될까봐 입을 다문 계약직의 모습이나, 직장 상사라는 알량한 직함을 이용해 부하 직원에게 막말을 퍼붓는 고질적인 꼰대들의 모습 등이 리얼하게 그려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브랜드와 소비시장의 관계도 유기적으로 그려낸다. 그 안에서 접대 문화, 언론 조작 등 불편한 사회 생활의 진실도 녹였다. 이런 부분에서 수많은 직장인들의 공감대를 사고 있는 것.
그러나 이러한 '욱씨남정기'에도 약점은 있다. '미생'에 비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16일 방송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날 방송에서는 회사 내부 기밀을 유출한 범인들까지 동지애라는 이름으로 끌어안는 러블리 코스메틱의 모습이 그려졌다. 고소를 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뜬금없는 동지애 타령은 당혹스럽다. 캐릭터 설정도 마찬가지다. 옥다정(이요원) 캐릭터만 봐도 알 수 있다. 옥다정은 직장상사가 막말을 하면 막말로 받아치고 물을 끼얹으면 쌍욕을 얹어 똑같이 물을 뿌리는 캐릭터다. 그래서 별명도 '욱팀장'이다. 상사의 부당한 요구에도 입을 다물고 의견을 굽히는 것이 직장생활이다. 그런데 이렇게 당당하게 할 말 다하며 사는 캐릭터가 고속 승진까지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은 대기업 팀장이 상사의 만행에 분노해 맥주병을 휘두르며 위협을 가하고 그 길로 사직서를 낸 뒤 하청업체에 제 발로 걸어들어가는 설정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이런 '욱씨남정기'만의 판타지를 시청자에게 어떻게 납득시킬지가 관건이다. 이미 답은 나와있다. 이제까지 '욱씨남정기'는 옥다정이라는 캐릭터를 초 현실적인 이야기의 중심에 세워 무게 중심을 잡아왔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상황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일반 직장인들이라면 상상에 그쳤을 과격한 행동을 하는 옥다정을 통해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덕분에 3월 18일 첫방송 당시 1.09%(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했던 '욱씨남정기'는 2% 중반까지 시청률이 상승하며 화제를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엔 지나치게 판타지로 흐른다는 의견이 많다. 휴머니즘의 늪에 빠질 것이 아니라 초심을 되찾고 무게 중심을 바로 세울 수 있다면 충분히 신기록 수립도 가능할 것이란 의견이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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