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는 '전통의 명가'로 불린다.
오랜 역사가 전부는 아니다. 매년 '우승후보'로 꼽힐 만큼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스플릿 그룹B의 굴욕을 맛본 뒤 김신욱(현 전북 현대) 김승준(현 고베) 등 주축 선수 일부가 빠져 나갔지만 이정협 서정진 이기제 등 핵심자원들을 수혈하면서 빈 자리를 채웠다. 기존 선수들 역시 A대표팀을 오갔던 최고의 선수들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막강한 전력의 이면에는 '신인들의 무덤'이라는 달갑잖은 꼬리표가 따라다녔던 게 사실이다. 베테랑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이 짜이다보니 정작 출중한 신예들이 기회를 잡기가 어려웠다.
2년차 미드필더 김승준(22)은 그래서 더 빛이 난다. 지난해 프로에 데뷔한 김승준은 11경기서 4골을 터뜨리며 안착하는 듯 하더니 올 시즌부터는 울산이 치른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경기에 모두 출전하고 있다.
섀도 스트라이커, 윙어 자리를 두루 소화하는 멀티 능력이 돋보인다. 한 박자 빠른 패스와 스피드, 위치 선정 등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다. 2년차에 불과하지만 판단력은 베테랑 못지 않다. 원숙미가 묻어난다. 실력으로 윤정환 울산 감독의 눈도장을 찍으면서 주전 대접을 받고 있다.
김승준은 이미 아시아 무대에서 기량을 입증했다. 17세 이하,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면서 고개를 떨궈야 했다. 신태용호에서 재능을 다시 꽃피웠다. 지난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겸 아시아챔피언십에서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출전하면서 주전으로 발돋움 했다. 결승전에서 일본에 거짓말 같은 2대3 역전패를 당하며 빛이 다소 바랬지만 신태용호에서 발휘한 재능의 무게는 남달랐다.
울산의 초반 행보는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9경기를 치른 현재 단 3승(2무4패)에 그치며 선두권과 거리가 벌어졌다. 제대 후 팀에 합류해 좋은 활약을 펼치던 한상운이 빠지면서 멀티자원인 김승준의 활용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울산에서의 활약은 '한풀이의 통로'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리우올림픽 최종명단에서 김승준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소속팀 울산에서 꾸준한 출전 시간을 보장 받으면서 기량 역시 성장세인 그를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정작 김승준 본인은 초연하다. "(올림픽) 경쟁보다는 내가 울산에서 잘 하는게 우선이다. 울산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내는데 기여하고 싶다."
2년차 K리거 김승준에게 주어진 소속팀 반전과 올림픽 출전의 동시 달성은 버거운 이중 과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부진 표정 속에 그라운드로 향하는 김승준의 눈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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