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핵심 불펜 투수들에 대한 의존도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상당히 크다. '혹사 논란'은 그래서 불거졌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팀 사정을 모르고 바깥에서 하는 소리"라고 이런 논란을 일축하고 있으나 불펜진의 투구 이닝이 다른 팀보다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김 감독의 불펜 운용법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최근 나타났다. 지난 2일 대전 두산전 때 1-2로 뒤지던 8회초 2사 1, 3루의 위기에서 필승 마무리 정우람이 아닌 언더핸드 정대훈을 투입했다. 평소와는 다른 매우 의외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데이터를 중시하는 김 감독의 특성, 그리고 불펜 운용의 다양화에 관한 시도라고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허경민에게 정우람보다 정대훈이 강했다. 또한 정대훈으로 8회를 끝낼 수 있었다면, 9회 이후 필승조 운용이 조금 더 안전해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무의미한 시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해석보다는 '왜 정우람을 쓰지 않았나'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아쉬움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정대훈이 정우람보다 허경민을 상대로 강했다 해도 고작 안타 2개 덜 맞았을 뿐이다. 정대훈은 허경민에게 5타수1안타였고, 정우람은 5타수3안타였을 뿐이다.
게다가 정우람은 지난 6월24일 대전 롯데전 이후 무려 7일을 쉰 상황이다. 사실 등판 기회자체가 없었다. 큰 점수차로 이기거나 아예 초반에 승기를 내줘 정우람이 나설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일주일 동안 유일하게 나올 만한 타이밍이 2일 두산전 8회였다. 그러나 정우람은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한때 정우람의 몸상태에 대한 의구심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 야구인은 "등판 기회가 없던 것을 제외하고라도 지나치게 아끼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이런 의혹은 정우람이 이날 9회에 나와 1이닝을 퍼펙트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자연스럽게 일축됐다. 정우람의 몸상태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그래도 일말의 우려가 남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정우람은 한화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84억원을 투자해 영입한 필승마무리다. 하지만 리드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등판 기회를 얻기 쉽지 않다. 특히나 초반부터 큰 점수차로 지고 있다면 정우람의 투입 기회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난주처럼 '주 1회 등판'같은 일이 또 나올 수 있다.
전력이 안정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많은 한화에서 필승마무리 정우람의 출격 기회가 갈수록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개점 휴업이 길어질수록 정우람도 밸런스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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