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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펜싱 남자 에페 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인 그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쾌활한, 그야말로 건강한 스물한살 청년이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취재진 앞에선 그는 여전히 꿈 속 여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귓가를 즐겁게 했다. 솔직, 담백, 순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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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시작한 운동. 남들보다 서너배의 노력이 더 필요했다. 경남체고 시절 성인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2013년 쟁쟁한 선배들을 따돌리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역대 최연소 펜싱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비로소 올림픽 꿈을 꾸기 시작했다. 현실이 된 꿈의 무대, 2016년 리우올림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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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일까. 승승장구하던 박상영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해 3월 왼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탈이 났다. 전방십자인대의 경우 수술과 치료, 재활까지 최소 6개월이 소요된다. 지루한 재활의 시간을 보낸 뒤 그는 12월에 돌아왔다.
방황의 시기였다. 힘겨웠던 그의 마음을 붙잡은 것은 올림픽이었다. 박상영은 "힘들 때 올림픽에서 뛰는 것을 상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자기 전마다 늘 상상한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꿈에서는 금메달을 3번이나 땄다. 3관왕을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고통을 잊기 위해서는 아편 같은 상상이 필요했다.
그래서일까. 금메달을 목에 건 후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왼 무릎이었다. "잘 버텨줘 고맙다"는 말에서 그간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박상영이 그랬다. 그는 "금메달은 생각도 못했다. 세계인의 축제인만큼 즐기자고 생각했다. 언제 이런 대회 또 뛸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후회없이 하고 싶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박상영은 금메달 후보가 아니었다. 그 또한 "난 단지 단체전을 하러 왔다"며 싱겁게 웃었다. 그래서 긴장을 안했고, 즐겼다. 32강, 16강, 8강, 4강, 어느덧 결승까지 올랐다. "결승전에선 나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많이 났다. 뭘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나니 잘 안되더라." 초심으로 돌아왔다. 10-14 상황이었다. 가슴에 단 태극마크가 생각났다. 이를 악 물었고 5점 연속 득점이란 기적적인 역전 드라마로 한국 선수단에 첫 펜싱 금메달을 선물했다. 상기된 표정의 그는 "아직까지 실감이 안난다. 내일이 돼 봐야 알 것 같다"며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는 싸워서 '냉전중'"이라고도 했다. "단체전이 끝난 후에나 연락이 되지 않을까"라며 수줍게 웃었다. 마음과 달리 쑥스러워 입 안에서만 맴돌았던 "부모님 사랑해요"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 선수단의 부진을 얘기해자 "런던 대회 때도 4일차부터 메달이 쏟아졌다. 오늘이 4일차다. 내일부터는 대한민국 선수단이 승승장구 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에페 단체전도 남았다. 14일 밤 시작된다. '무서운 막내' 박상영이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목표는 2관왕이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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