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친구가 1명 있다." kt 위즈 조범현 감독이 지난 시즌을 앞두고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지에서 한 말이다. "올해 잘 할거다. 기대해보라." 올시즌 전 미국 전지훈련에서 이 선수를 보고 또 했던 말이다. 주인공은 kt의 2년차 좌완 정성곤. 1군 진입부터 조 감독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선수가 바로 정성곤이었다.
첫 시즌을 앞둔 가고시마에서 정성곤은 무명에 가까웠다. 2차 2라운드에 선발됐지만, 고졸 신인이 바로 눈에 띄기 힘들었다. 하지만 첫 전지훈련에서 까다로운 조 감독의 눈에 들었다. 체구는 작지만 야무지게 공을 던지는 모습이 좋다는 평가를 했다.
그렇게 신인 시즌부터 어느정도 기회를 받았다. 데뷔 첫 승도 따냈다. 20경기 2승6패. 경험을 쌓은 정성곤은 더 성장할 듯 했다. 실제, 미국 전지훈련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조 감독은 "지난해에는 공에 힘이 부족했는데, 이제는 공에 힘을 실을 줄 안다. 워낙 투구폼 등은 좋은 투수이기에, 타자와 맞서 싸울 수 있는 힘만 있다면 충분히 선발로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엄상백과 함께 개막 후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부진을 거듭했다. 4월6일 삼성 라이온즈전 첫 선발 등판부터 5월1일 LG 트윈스전까지 4번 등판 모두 패전. 여기에 5월26일 두산 배어스전 선발 패전까지 더해지며 5패만을 떠안았다. 이후 엔트리에서 빠졌고, 6월19일 NC 다이노스전 복귀투구를 했지만 그 때는 불펜이었다. 그렇게 91일 동안 불펜에서만 공을 던졌다.
그리고 25일 SK전 다시 한 번 선발 기회를 잡았다. 정성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7이닝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투구. 모든 게 좋았다. 구위도 괜찮았고, 제구도 훌륭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망가는 피칭이 없었다. '칠 테면 쳐봐라'라는 식으로 자신있게 승부하니 오히려 SK 타자들이 말려들었다. 시즌 초반에는 너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어린 선수를 사로잡는 듯 했다. 힘도 많이 들어가 보였고, 너무 완벽한 공을 던지려다 밸런스가 무너졌다. 하지만 SK전은 한결 여유가 있었고, 몸에서 필요없는 힘도 빠진 듯 자연스러웠다.
정성곤은 타선이 점수를 내주지 못해 승리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아쉽게 시즌 첫 승리의 기회는 날아갔지만,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을 듯. 어린 선수들은 이런 한 번의 반전 경기로 감을 찾아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호투가 kt의 미래를 책임질 좌완 유망주의 시작을 알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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