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상무을 이끌고 있는 조진호 감독은 요즘 마음이 심란하다.
'군인팀'의 특성상 병역의무 만기 제대하는 선수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상주에서는 해마다 전역자가 발생하는 일상이지만 올해 처음 상주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으로서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박기동 박준태 박진포 이 용 등 핵심 멤버로 뛰었던 말년 병장들이 28일 수원전이 끝난 뒤 전역신고식을 치렀다. 이들을 비롯한 16명의 전역 선수들은 9월 14일자로 예비군 신분이 돼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조 감독은 "전역하는 선수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상주가 상위권으로 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역하니까 자부심도 클 것이다"면서 "이런 자부심을 갖고 원 소속팀에 보탬을 주며 계속 승승장구하기를 바란다"며 품에 안았던 자식을 보내는 표정을 지었다.
16명 모두가 잊을 수 없는 제자이자 부하병사라는 조 감독는 굳이 꼽자면 특히 기억에 남을 선수가 2명있다고 했다. 박준태(27)와 박진포(29)다.
조 감독이 이들을 거명한 이유는 감동적인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자는 박준태를 깨워준 것 뿐이다'
박준태는 28일 수원전에서 조 감독을 울릴 뻔했다. 전반 40분 1대1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을 패배위기에서 구한 뒤 조 감독에게 달려가 얼싸안았다. 조 감독은 전역 고별전에서 투혼을 불사른 박준태가 고마운 나머지 "눈물을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고 했다. 박준태는 상주에서 일취월장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존재감없는 선수였다. 입대하기 전 전남(2014년)에서 7경기 출전하는 데 그치다가 12월 입대했다. 상주에서 처음 맞은 챌린지리그에서도 2경기 출전한 게 전부였다. 공격포인트 없는 공격수란 오명에 축구를 그만두려고 했던 그를 일깨운 이가 조 감독이다. 조 감독이 부임한 이후 박준태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조 감독은 공격수로서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믿음과 기회를 줬다. 그러자 박준태는 올 시즌 박기동과 함께 전방을 책임지며 8골-1도움을 기록했다. 조 감독은 "원래 재능이 있는 친구인데 자신의 가치를 빨리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박준태는 올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준태의 군대 활약을 '부활'이라고 떠받쳐 준 조 감독은 "잠자는 선수를 내가 깨워줬고, 깨우니까 제때 일어나더라"며 대견해했다.
'박진포의 전우애 국가대표 이 용을 만들다'
조 감독은 박진포의 희생정신에 크게 감명받았다. 박진포의 원래 포지션은 오른쪽 풀백이다. 하지만 상주에 입대해서는 왼쪽으로 이동했다. 박진포가 왼쪽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른쪽 전담인 이 용(30)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박진포 입장에서는 오른쪽을 맡으면 더 익숙하고 경기 중 부담도 덜하다. 하지만 입대 동기이자 축구 선배인 이 용에게 양보했다. 조 감독은 "이 용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박진포가 전우를 위한 희생을 보여줬다"고 고마워했다. 그 덕분에 상주는 든든한 양 측면을 갖출 수 있었다. 이 용은 상주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한 덕분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A대표팀에 발탁되는 꿈을 이뤘다. 조 감독은 "이 용의 기량이 향상된 것도 있지만 박진포의 희생도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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