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의 황희찬(20·잘츠부르크)은 월반의 대명사로 꼽힌다. 그 동안 동급을 넘어선 월등한 기량 덕분에 나이보다 높은 연령대에서 대표선수로 활동했다.
최근 막을 내린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그랬다. 적게는 두 살, 많게는 다섯 살까지 차이가 나는 형들과 함께 뛰었다. '위풍당당', 황희찬의 또 다른 수식어다. 황희찬은 조별리그 세 경기와 8강까지 모두 선발로 그라운드를 밟으며 유럽에서 쌓은 경험을 마음껏 뽐냈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아닌 '오늘'이었다.
생애 첫 A대표는 스스로 만든 커리어였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2)은 "18명의 올림픽 멤버 중 황희찬과 장현수가 꾸준한 활약을 했다"며 "중국전에선 상대 뒷 공간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황희찬은 공간이 없어도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황희찬은 다음달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질 중국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중립경기로 치러질 시리아와의 2차전(6일·마카오)에서 첫 번째 A매치 출전을 준비 중이다.
어깨가 무겁다. 짊어진 짐이 많다. 황희찬은 슈틸리케호의 최전방 공격을 담당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에서 시리아 원정만 뛰기로 했던 석현준(25·트라브존스포르)이 명단에서 제외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 장소가 레바논에서 마카오로 변경되면서 비행과 훈련 시간의 효율성을 고려, 석현준을 소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종의 배려였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황희찬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석현준이 빠진 최전방 공격 자원이 황희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의 대체자를 선발하지 않았다. 미드필더 구자철(27) 지동원(25·이상 아우크스부르크)과 함께 황희찬이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판단이었다. 황희찬은 "열심히 뛰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전했다.
짧은 훈련시간은 또 다른 짐이다. 황희찬은 '지각 합류'했다. 황희찬은 29일(한국시각) 라피트 빈과의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6라운드 원정 경기에 참가한 뒤 30일 귀국했다. 황희찬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첫 소집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다. 대표팀에서 첫 훈련에 빠진 선수는 황희찬이 유일했다. 형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은 채 48시간이 되지 않는다. 30일 오후 1시쯤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 들어온 황희찬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컨디션은 괜찮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훈련에 앞서 황희찬을 따로 불러 역할을 주문했다. 황희찬이 리우올림픽에서 보여준 모습을 기대하는 눈치다. 황희찬도 브라질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경기장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황희찬은 "중국이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펼칠 경우 많은 움직임을 통해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면서 공간을 열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희찬에게 중국은 '거친 상대'로 인식돼 있다. 2013년 중국 4개국 친선대회와 2014년 19세 이하 아시아챔피언십 본선에서 중국과 충돌한 적이 있다. 황희찬은 "당시 중국은 거칠었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희생을 키워드로 잡았다. 그는 "공격수는 거친 플레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희찬은 리우올림픽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다. 그는 "큰 무대를 뛰면서 자신감과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를 많이 배웠다"고 했다.
변함 없는 '공한증(한-중전에서 매번 한국이 승리하자 중국인들이 한국 축구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준비중인 슈틸리케호의 막내 황희찬의 48시간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
파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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