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왠지 익숙한 기분이다.
SBS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근본없는 폭풍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뜬금없는 관계 정리는 물론 단 한회만에 작품의 결이 180도 달라지면서 시청자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전개, 어디에선가 분명히 봤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샐러리맨 초한지', '자이언트' 등을 연출한 유인식PD가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작품은 '샐러리맨초한지'와 상당히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굳이 나열해서 설명해야 할 필요가 없는 장면들은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표현해내는 유인식PD 특유의 연출법 덕분에 60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휘몰아치는 폭풍 전개가 이어진다. 단 두회만에 윤서정(서현진)과 강동주(유연석)가 마음을 나누고, 교통사고 트라우마로 잠적한 윤서정과 VIP 수술에 실패한 강동주가 재회하고, 강동주의 존재가 윤서정의 트라우마를 자극해 발작과 자해를 일으키고 김사부와 강동주가 수습에 나서는 등의 이야기가 쏟아져나왔다. 그 안에서 환자의 치료법을 두고 강동주와 김사부가 신경전을 벌이는 메디컬 드라마 특유의 구도까지 그려내며 대체 무슨 장르의 드라마인지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너무나 빠른 전개와 불친절한 설명은 당황스러울 정도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 드라마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잠깐 한눈 팔았다가는 전개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을 만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흐름을 따라가게 되고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중간중간 블랙 코미디를 첨가, 극이 너무 팽팽하거나 풀어지지 않도록 완급 조절을 한다는 점도 '샐러리맨 초한지'와 비슷한 느낌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제빵왕 김탁구', '가족끼리 왜이래' 등을 집필한 강은경 작가의 대본이다. 작품 곳곳에서 강은경 작가 특유의 화법을 엿볼 수 있다. 강 작가는 현실 부조리를 비틀어 그려내는 한편 그 안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가다. 이번 작품에서도 강 작가의 특징은 잘 살아난다. "내 구역에서는 오로지 하나밖에 없어. 살린다"라는 등의 대사는 솔직히 오그라들다 못해 손발이 소멸될 듯한 기분이지만 그래도 생명의 가치를 중시하는 캐릭터의 심경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사이기도 하다.
복잡한 인간 관계 속의 갈등과 화해를 그리는 작법도 그대로 등장한다. 윤서정이 알고보니 금수저라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 강동주가 아버지의 사망으로 성격이 변하게 된 캐릭터 서사, 거대 병원 안의 부패와 갈등 등을 버무려 앞으로의 사건 사고들을 예상하게 한 것이다. 출생의 비밀과 기묘한 인연은 '제빵왕 김탁구'에서도 강 작가가 등장시켰던 포맷이기도 하다.
이처럼 '낭만닥터 김사부'는 왕년의 대박 히트작을 만들었던 제작진의 내공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단 두 회만에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제작진의 히트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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