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마음이 착잡합니다."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는 지난 2008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중고 신인이었다. 2002년 입단한 최형우는 2군과 상무에서 무명 시절을 보낸 뒤 2008년 주전을 꿰차고 타율 2할7푼6리, 19홈런, 71타점의 활약을 펼치며 최고의 신인으로 우뚝 섰다.
이후 최형우는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며 삼성 뿐만 아니라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등극했다. 2011년에는 30홈런과 118타점으로 두 부문서 생애 첫 타이틀을 차지하며 최고 타자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형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1인자의 자리에 오른 적이 없다. 홈런-타점왕에 오른 2011년에도 MVP는 투수 부문 4관왕에 오른 KIA 타이거즈 윤석민이었다. 최형우는 당시 팀동료였던 오승환에 이어 MVP 투표서 3위에 그쳤다. 지난해까지 MVP는 후보 4~5명 가운데 최다 득표자가 차지하는 다수결 방식이었다. 후보 명단에 조차도 이름을 올리기 힘든 구조였다. 최형우가 MVP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은 그해 한 번 뿐이었다.
그러나 올해 MVP 선정은 후보들을 따로 두지 않고 순위별로 평점을 부여하는 점수제로 바뀌었다. 최형우는 올시즌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138경기에서 타율 3할7푼6리, 31홈런, 144타점, 195안타. FA를 앞둔 마지막 시즌, 당연히 얻어내야 할 결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형우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은근히 기대를 했다. 최형우는 "올해는 개인적으로 (MVP)욕심이 정말 있었다. 이런 시즌이 쉽게 오는게 아니다"면서 "혹시나 하고 왔기는 왔는데 역시나(안됐다)"라며 입맛을 다셨다.
최형우는 유효표 102표 가운데 1위 35표, 2위 56표, 3위 7표, 4위 2표, 5위 1표를 각각 얻어 총점 530점을 획득했다.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의 22승 아성을 넘지 못했다. 니퍼트는 1위표 62개 등 총 642점을 얻었다. 최형우와는 112점차. 정규시즌 직후 열린 투표 당시 기자단의 대체적인 여론은 니퍼트 1위, 최형우 2위였다. 최형우도 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꺼내봐야 아는 법,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날 시상식장에 들어섰다.
타율, 타점, 최다안타 3관왕에 오른 최형우는 "이런 성적을 내라고 해도 못낼 정도의 성적이었다. 올해 개인성적은 할만큼 다 한 것 같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물론 내년부터 다시 열심히 하겠지만 이렇게 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를 놓쳤다기 보다는 상대가 너무 강했다 걸 인정한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올해는 FA가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즐겼다. 다른 해와 다르게 기대치를 내리고 편하게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FA를 앞두고 부진한 선수도 많긴 한데 난 욕심을 버리고 그대로 하는 성격이다"고도 했다.
한편, 최형우는 FA 협상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에이전트를 통해 국내외 구단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최형우는 "에이전트와는 지난 주 만났다. 이번 주라도, 오늘이라도 당장 계약을 하고 싶다. 솔직히 아직 정하지는 못했다"면서 "해외도 포함돼 있다. 많은 것은 아니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조건만 맞으면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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