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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역사를 가진 한국리틀야구 첫 여자 선수의 홈런. 세계리틀야구연맹에 가입한 1972년 이후 처음으로 국제 공인 여자 선수 홈런이 나왔다. 여자 야구 역사상 최초는 아니다. 국가대표로 이름을 알린 김라경(16·계룡고)이 지난해 3월 1호 홈런을 기록했다. 당시 김라경은 중학교 3학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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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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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이면 겉으로 보기에 남자와 여자의 체격 조건이 조금씩 달라지는 때다. 성동리틀의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 선수들도 얼핏 봐도 박민서보다 체격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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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독은 "그동안 야구를 하겠다고 찾아온 여자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민서 같지는 않았다. 민서는 공을 던질 때 밀지 않고 챈다. 스피드도 남자 선수들보다 더 빠르고, 2이닝을 무난히 던져준다. 방망이도 임팩트를 넣을 때 힘을 실을 줄 안다. 늘 놀랍다. 공을 밀면서 던지지 않고, 타격 때 힘을 싣는 것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박민서는 집에서 양말을 동그랗게 말아 야구공 삼아 던졌다. 종이에 스트라이크존을 그려 베개에 붙여놓고 양말공을 던졌다. 그렇게 꿈이 생겼다. 혼자 연습한 끝에 리틀야구단 입단 당시 최고 구속 91㎞이 나왔다.
박민서는 정말 초등학교 6학년이 맞나 싶을 만큼 똑 부러지게, 자신의 꿈을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자신이 선택한 꿈이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에게 "혹시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어떡하냐"고 물었다. 고개를 저으며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라는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야구 언제부터 좋아했나.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님 따라서 야구장에 갔는데, 그때는 정말 싫었어요. 그러다 어느날 잠실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야구를 봤더니 규칙이 다양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말에 티볼을 시작했고,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조금씩 배웠죠. 그러던 어느 날 같이 야구하던 친구가 리틀야구단을 다닌다는 거예요. 유니폼 입고 야구하러 가는 게 너무 부러워서 5학년 때부터 부모님을 졸랐어요.
-부모님의 반대는.
처음엔 절대 안 된다고 하셨어요.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길이 없다고 하셨어요. 아빠를 졸라 야구 배트를 처음 샀고, 할아버지가 부모님 몰래 글러브를 사주셔서 야구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리틀야구단에서 주말반으로 일주일에 한 번만 하기로 했는데, 감독님이랑 다른 친구들 부모님이 저희 부모님을 설득하셨어요. 제가 재능이 있어 보인다고요. 그래서 조금씩 연습 시간을 늘렸어요.
-훈련하는 건 재미있나.
재미있어요. 그런데 야구가 잘 안 되면 스스로 짜증이 나요. 훈련이 끝나고 매일 자기 기록을 적는데, 잘 못 한 날은 적기 싫어요. 요즘은 투구폼이 고민인데요. 한 달 전 투구폼이 정말 좋았는데 최근에 이상해졌어요. 감독님은 제가 자꾸 투구폼 영상을 보니까 폼이 더 이상해진다고 하시는데, 저도 큰 고민이에요. 또 연습 때처럼 자신 있게 스윙하면 경기할 때도 잘 칠 수 있는데 자꾸 떨어요. 치기 좋은 공인데 삼진당하면 속상하고요. 정말 어려운 공이면 인정하지만, 연습할 때는 잘 치던 공에 삼진을 당하니까 '내가 연습용 선수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자신 있게 치자고 마음먹었더니 최근 경기(강릉기)에서는 안타 2개를 쳤어요.
-야구선수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뚜렷해 보인다.
리틀야구단에서 남자 선수들은 중1까지만 뛸 수 있어요. 여자는 중학교 야구부가 없으니까 중3까지 뛸 수 있고요. 내년에 중학교에 가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야구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중3 때 국가대표에 뽑힐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또 나중에 사회인 야구를 하다가 미국이나 일본에 건너가서 여자 프로야구에서 뛰는 게 꿈이에요.
-'야구 선배'인 김라경과 만나 밥도 먹고 대화를 나눴다고 들었는데.
언니를 만나서 우리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고요. 언니가 저에게 고맙다고 했어요. 야구를 해줘서 고맙다고.
-삼성 홈 경기에서 시구도 하고, 굉장한 팬이라고 들었다.
리틀야구 대회에서 처음 시구를 했는데, 그때 긴장해서 공이 원바운드로 갔어요. 대구에서 시구할 때는 일부러 타자 머리 높이를 보고 던지니까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높게 잘 들어갔어요. 캐치볼도 야구장에서 하니까 더 편안했고요. 어렸을 때 대구에서 잠깐 살았어요. 삼성을 좋아하는데, 박해민 선수가 가장 좋아요. 얼굴도 멋있고, 수비도 잘하고, 발야구 하는 모습이 멋있어요.
-중학생이 되면 공부와 야구를 다 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
사실 부모님이 내년에 제가 중학교에 가면 야구를 조금 덜 하게 하시려는 것 같아요. 학교 공부를 하면서 일주일에 3번 정도만 야구를 하라고 하시는데, 저는 조금 더 하고 싶어요. 일주일에 4번이라도. 엄마, 아빠도 이 정도면 충분히 많이 도와주시는 거지만 야구를 더 하고 싶은 게 제 바람이에요. 그래서 지금을 즐겨야 하는데 자꾸 '어차피 내년부터 못하잖아'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요.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야구를 하면서 고민과 생각이 많아졌어요. 시간에 예민해졌어요. 시간이 자꾸 지나가는 게 아까워요. 제 친구들은 빨리 크고 싶어 하는데, 저는 지금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요. 절대 야구를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나중에는 저도 모르게 포기할까 봐요. 이대로라면 어른이 될 때까지 리틀야구를 계속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하나뿐인 외동딸이 야구를 하겠다고 했을 때 크게 반대했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제 민서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야구를 정식적으로 시작한 지 1년 조금 넘었지만, 딸에게서 재능이 보인다.
아버지 박철희 씨는 "딸아이가 앞으로 힘든 길을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엔 반대했다가, 마음을 바꿨다. 야구든, 공부든 도와줄 생각이다. 어리지만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민서가 야구를 시작할 때 몸무게가 34㎏였는데, 감독님이 몸무게 50㎏은 넘어야 구속도 빨라지고 타구에 힘이 생긴다고 말했더니 45㎏까지 체격을 키웠다"며 대견해 했다.
아이가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부모에게도 부담이 많이 생긴다. 시간, 체력, 비용 등 신경 쓸 부분이 많다. 박철희 씨도 주말이면 대회에 따라가거나 훈련을 지켜보는데 하루를 다 쓴다.
박철희 씨는 "혹시라도 야구선수가 되지 못한다 해도, 지금 이 노력의 경험은 민서가 살아나가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좋은 인격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 야구처럼 어려운 운동을 하다 보면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배우지 않겠나. 부모로서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게 하고 싶다. 우리 딸의 노력이 한국 여자야구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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