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팀에 왔으니까 더 잘해야 않겠습니꺼?"
특유의 무뚝뚝한 경상도 말투는 여전했다. 하지만 한결 편안함이 느껴졌다. 1년 5개월간의 휴식, 그리고 돌아온 고향의 포근함이 만든 변화였다.
윤성효 감독(54)이 돌아왔다. 행선지는 놀랍게도 K리그가 아닌 내셔널리그 김해시청이었다. 그의 고향 김해를 연고로 하는 팀이다. 윤 감독은 "김귀화 감독의 계약이 만료된 후에 고향에 계신 주위분들이 하나 둘씩 '지역 축구 발전을 위해 좀 희생해주면 안되겠나'라고 말씀하셨다. 부산도 이끌었지만 김해는 내 진짜 고향이다. 고향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윤 감독은 2015년 7월 부산에서 하차했다. 한일은행, 포항, 대우, 수원 삼성 등에서 선수생활을 보낸 뒤 숭실대, 수원, 부산 등을 이끈 지도자 생활까지, 40년간 이어진 쉼없는 축구인생의 첫번째 쉼표였다. 윤 감독은 "미국에 있는 아이들 보러다니고, 바람도 쐬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축구로 지친 마음을 달래는 시간이었지만, 축구를 완전히 잊을 수는 없었다. 역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축구생각'이었다. 윤 감독은 "반성을 참 많이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까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밖에서 축구를 보니까 현장에 있을때 보다 생각이 넓어지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생각하게 되더라. 잘한 것도 생각났지만 역시 후회되는 점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무엇이 그렇게 후회됐나?"고 묻자 한참 있다 대답이 돌아왔다. "내 마음대로 못했다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축구를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그렇게 후회되더라."
고향팀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지고, 한층 편안해진 것은 역시 고향의 힘이었다. 그는 "여기서는 무엇을 해도 나를 믿어주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물론 기대치도 크다. K리그에서 우승 경험까지 한 거물 감독이 내려오며 지역 축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윤 감독은 "기대의 목소리를 알고 있다. 감안했던 부분"이라며 "김해는 축구열기가 대단한 지역이다. 내셔널리그에 있지만 웬만한 챌린지 구단보다 관중이 더 많다. 축구붐을 일으키고 싶다"고 했다.
윤 감독은 선수단 구성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일단 생각보다 높은 내셔널리그 수준에 놀란 모습이다. 그는 "요새는 프로에서 온 선수들도 많다보니 예전에 비해 기량이 많이 올라간 모습"이라고 했다. 김해시청은 지난 시즌 6위에 그쳤다. 윤 감독은 원하는 선수들로 선수단을 꾸리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일단 목표는 4강이다. 홈승률을 끌어올리고, 성적을 내고 싶다. 그러면 김해는 한단계씩 올라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지역"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윤성효가 보여주고 싶은 축구'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항간에 뻥축구 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스쿼드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허리부터 풀어가는, 재미난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느리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안합니더. 또 다른 기회도 올 수 있지 않겠습니꺼. 여기서 함 잘해봐야지요."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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