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는 변화무쌍하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다. 21세기 초반엔 숄 캠벨(잉글랜드)과 루이스 피구(포르투갈)가 각각 토트넘과 바르셀로나를 등지로 아스널, 레알 마드리드로 각각 이적하면서 공분을 산 바 있다. K리그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지난해까지 수원 삼성에서 뛰던 이상호는 FC서울 유니폼을 입으면서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바 있다.
호주 A리그에서도 최근 이런 일이 벌어졌다. 주인공은 골키퍼 베드란 야니에토비치다. 야니에토비치는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시드니FC의 든든한 수문장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가 웨스턴시트니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전혀졌다. 야니에토비치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 부동의 주전이었지만 올 시즌 시드니FC가 대니 부코비치를 영입하면서 출전시간이 줄어든 것. 골키퍼 보강이 필요했던 웨스턴시드니가 손을 내밀었고 결국 계약이 성립된 것이다. 시드니FC와 웨스턴시드니가 이적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운명의 여신이 야니에토비치를 시험에 들게 했다. 이적 후 두 경기 만인 14일(한국시각) '시드니 더비'가 펼쳐지면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사건은 후반전에 펼쳐졌다. 시드니FC 팬들이 포진한 진영에서 골문을 지키기 위해 선 야니에토비치의 등 뒤로 수많은 '뱀'들이 날아든 것이다. 화들짝 놀란 야니에토비치와 보안요원들이 조심스럽게 확인한 결과 뱀들은 진짜가 아닌 장난감이었다.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야니에토비치는 그 자리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호주 현지 언론들은 '금단의 이적이 불러온 화', '가짜 뱀인 게 행운'이라는 내용으로 소식을 전했다.
시드니FC 팬들의 도발이 야니에토비치를 흔들진 못했다. 야니에토비치는 선방을 펼치면서 0대0 무승부에 일조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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