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얼굴로 법정에 선 강정호(30·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4단독은 22일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강정호에 대한 첫 공판을 열고 심리를 진행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사거리에서 자신의 승용차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현장을 떠났다. 사고 당시 파편이 튀어 근처에 있던 차량에 피해를 줬다. 사고 직후 동승자인 지인 유모씨가 자신이 운전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조사 결과 강정호가 운전대를 잡은 사실이 밝혀졌다.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84%로 음주운전이었다. 강정호는 2009년 8월과 2011년 5월에도 음주운전이 적발된 적이 있어 '삼진아웃제'에 따라 면허가 취소됐다.
검찰이 벌금 1500만원에 약식기소했는데, 법원은 사안이 무겁다고 보고 정식재판에 넘겼다.
강정호는 변호인, 당시 차량에 동승했던 유모씨와 함께 법정에 들어섰다. 강정호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깊게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은 추가 자료로 강정호가 향후 메이저리그에서 받게 될 알코올치료 프로그램, 후원 단체를 꾸려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근거 자료, 미국에서의 활약상을 담은 신문 기사, 피츠버그 구단주로부터 받은 메일, 훈련 관련 일정 등을 제출했다.
강정호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은 범죄와 수사 및 재판 과정이 모두 언론에 공개되면서 주위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사건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들의 요구도 액수를 따지지 않고 모두 변제했다. 타의 모범이 돼야 할 공인으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을 했지만, 다시 재능을 발휘해 국위 선양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했다.
강정호는 최후 진술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많이 했고, 큰 잘못을 했다는 사실을 뉘우쳤다. 모든 팬들에게 실망을 드렸고,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 같아서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다시 한번 주신다면 더 모범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유모씨 역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자리에서 저의 친구가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더 강력하게 막고 싶다. 저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검사는 강정호에게 벌금 1500만원, 유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선고공판은 다음달 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소속팀 피츠버그는 지난 18일 스프링캠프 공식 일정에 들어갔지만, 강정호는 재판과 비자 문제로 합류하지 못했다. 강정호측이 혐의를 모두 인정해 법적절차는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3일 판결이 내려지면, 비자 발급 후 캠프 합류가 가능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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