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도 강속구 투수들을 품에 안을 수 있을까. 한화는 10개구단 중 투수들의 구속이 느린 팀 중 하나다.
지난 시즌 150㎞대 강속구를 뿌린 투수는 파비오 카스티요 혼자다. 카스티요는 제구불안으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강속구 선발은 없었고, 볼이 빠른 투수들이 많은 마무리 자리도 제구와 볼끝으로 승부하는 정우람이어서 예외였다.
올시즌 한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눈에 띄는 변화 조짐이 있다. 투수들의 스피드 경쟁이다. 아직은 구속을 끌어올릴 시점이 아니지만 개혁은 시작됐다. 출발은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였다.
한화는 수술 재활 선수 몇몇을 제외하고 베테랑 투수 대부분이 일본 미야자키 가을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다. 그곳에서는 피칭보다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 위주의 훈련이 한달 가까이 이어졌다. 하체 위주의 밸런스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투수들은 "육상부나 마찬가지"라며 힘겨워했다. 근력과 지구력 강화가 주된 목적이었다. 투수의 스피드는 강한 어깨 하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상하체 움직임과 전체 밸런스가 완벽해야 최고 구속 경신이 가능하다.
올해 한화의 150㎞대 광속구 투수는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가 유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스프링캠프에서 152㎞를 찍었다. 145㎞를 넘어서는 빠른 볼을 던질 수 있는 투수로는 윤규진 권 혁, 그리고 신인 김진영 정도가 있다. 송은범은 한때 150㎞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뿌렸지만 최근 몇년간 구속 저하로 애를 먹었다. 올시즌 스프링캠프에서 투구폼 교정을 통해 밸런스 잡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폼이 몸에 익으면 구속증가도 노려볼만하다. 송은범 스스로도 구속에 대한 욕심이 있다. 145㎞를 넘어서는 직구를 뿌리게 된다면 좀더 자신감 넘치는 피칭이 가능하다.
배영수는 지난 가을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최고구속 144㎞를 기록했다. 배영수 본인은 시즌을 치르면서 145㎞ 정도까지 구속을 끌어올릴 참이다. 팔꿈치 통증이 없어 심리적인 불안감도 넘어섰다. 36세인 나이가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태양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지 2년이 돼간다. 지난해 후반부터 구위가 달라졌다. 한때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의 직구를 닮았다는 얘기도 들었던 이태양이다. 강력한 돌직구 부활을 노린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은 복귀 첫해보다 두번째 해에 구속이 증가하는 경우도 꽤 있다. 오른손 셋업맨 송창식도 컨디션에 따라 빠른 볼을 뿌린다. 통증없이 재활을 최종 마무리하면 4월은 무리지만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구속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 모든 가정들이 척척 들어맞는다고 해도 한화 투수들은 가볍게 145㎞ 이상을 찍어대는 두산 NC 넥센 KIA 투수들과는 출발선이 다르다. 물론 빠른 볼이 전부는 아니다. 선결조건은 제구다. 130㎞대 초반볼로 15승을 하는 두산 유희관도 있다. 하지만 한화는 지난 4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이 9위였다. 막내구단 kt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운드 지표는 최하위였다. 투수들의 구위와 무관치 않았다. 변신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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