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쏟아진 것은 비난이 아니라 뜨거운 환호였다.
오승환은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이스라엘전에서 한국 대표팀의 7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1-1 동점 상황이고, 한국은 2사 만루 위기에 놓여있었다.
임창민이 3루 땅볼로 2아웃을 잡고 물러난 후 오승환이 등판했다. 위기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마무리투수가 등판하자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갈채와 환호가 쏟아졌고, 팬들은 오승환의 이름을 계속해서 연호했다.
그리고 오승환이 스콧 버챔을 상대로 헛스윙 2번을 유도해 1B-2S 유리한 볼카운트에 놓였고, 마지막 결정구가 들어갔다. 직구 스트라이크로 루킹 삼진. 버챔은 방망이를 제대로 내지도 못하고 선 채로 삼진을 당했다. 만루 위기를 탈출하자 관중석에서는 등장보다 더 큰 환호가 터졌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큰 함성이었다.
두번째 이닝인 9회에 선두타자 샘 펄드에게 단타를 맞았지만, 다음 아웃카운트 2개를 삼진으로 잡았다. 스트라이크를 연신 시원하게 꽂아넣었다. 2사 1루에서 4번 네이트 프라이먼을 상대해 내야 땅볼 유도에 성공해 무실점으로 막았다. 1⅓이닝 1안타 3삼진 무실점. 한국이 이스라엘과의 연장 10회 접전 끝에 1대2로 패하면서 빛이 바랬지만, 수훈 선수를 꼽으라면 동점타를 터트린 서건창과 더불어 단연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임창용과 함께 지난해 1월 해외 원정 도박과 관련해 KBO의 시즌 50%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때문에 50인 예비 엔트리에도 들어가지 못했었다. 김인식 감독은 우완 투수가 부족한 대표팀 상황상 꾸준히 오승환 발탁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최종 28인 엔트리를 발표할 때도 오승환을 포함하지 못했다.
올해초 첫 기술위원회에서도 오승환은 발탁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 내부에서 찬반 여론이 갈렸다. 징계 대상인 선수가 대표팀에 뽑힐 수 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오승환은 에이전트를 통해 대표팀에서 불러준다면 뛸 의사가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전했지만, 섣불리 뽑기에는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았다.
김인식 감독이 결심을 굳힌 것은 지난 1월 11일 대표팀 예비소집일.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었고, 결국 오승환을 발탁하기로 했다. 2월 7일 최종엔트리 제출까지는 선수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발탁 당시에도 당위성을 놓고 비난 여론이 있었지만 김인식 감독은 밀어붙였다.
첫 경기 활약으로 김인식 감독이 왜 오승환에게 미련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는 증명됐다. 시끄러웠던 대표팀 승선 비하인드 스토리를 뒤로 하고, 오승환은 환호를 받았다.
고척=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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