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는 생각보다 강렬하지 않았다. 특히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 A)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과 비교하면 무난한 수준도 아니었다. 그러나 성장가능성이 풍부한 16세라는 나이, 2~3세 많은 형들과 맞붙었다는 점, 시차적응, 첫 태극마크에 대한 부담감 등을 고려하면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스페인 발렌시아 후베닐 B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강인(발렌시아 후베닐 B)이 국내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3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벌어진 18세 이하(U-18) 대표팀과 용인대의 연습경기. 자신보다 두 살 많은 형들이 뽑힌 팀에서의 첫 출전이었다. 이날은 이승우와 백승호(20·바르셀로나 B) 등 파주NFC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20세 이하 대표 선수들도 동생들의 경기를 관전했다.
전반을 건너뛰고 후반 45분만 소화한 이강인은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주어진 미션은 없었다. 정정용 U-18대표팀 감독은 "전체적인 미팅을 통해 포지션별 움직임만 알려줬을 뿐 개인적으로 주문한건 없다"고 말했다.
후반 초반 다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래도 이강인은 기본적인 조직력을 맞추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그라운드에서 드러냈다.
우선 기본기는 우수했다. 가벼운 퍼스트 터치에 이어 돌아서는 움직임은 그 동안 영상에서 보던대로 번뜩였다. 적게는 세 살, 많게는 다섯 살까지도 차이가 나는 용인대 선수들을 민첩한 움직임으로 제치고 돌파까지 이루는 모습을 인상적이었다. 특히 공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났다. 좀처럼 상대에게 빼앗기지 않았다.
순간적인 움직임도 좋았다. 아크 서클에서 한 명을 가볍게 제친 뒤 날린 왼발 슛이 골대를 벗어나긴 했지만 출중한 개인기와 과감한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줄만 했다.
이날 이강인은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 중용됐다. 왼발잡이인 이강인은 후반 초반 골문과 25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프리킥을 시도했다. 그러나 평범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경기를 뛰면서 긴장감이 풀리자 자연스럽게 전술적 이해도가 높아졌다. 활동량을 늘려 공을 받는 영역을 넓혔다.
후반 중반에는 장점이 제대로 살아났다. 빠른 역습 상황에서 공을 아크 서클까지 몰고 간 뒤 수비수 사이로 킬패스를 연결, 이지용(포항제철고)의 골을 돕기도 했다.
단점도 뚜렷했다. 시차적응이라고 하지만 체력적인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했다. 후반 중반까지 호흡이 터지지 않아 힘들어했다.
또 조직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긴 어려웠지만 부족한 활동량에서 오는 문제도 드러났다. 공을 받으려고 할 때 공간을 침투하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자신의 포지션에서만 공을 받으려는 모습이 나타났다. 여기에 동료들과 활동 영역이 많이 겹치는 현상이 나타났다.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수비 가담은 기대할 수 없었다.
이강인은 국내에서 첫 출전에 만족스런 모습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강인은 "즐겁게 찼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며 짧게 소감을 전했다.
정 감독은 이강인에 대해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나쁘지 않았다"고 운을 뗀 정 감독은 "체력적으로 준비가 안돼 있는 상황에서 2~3살 형들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좋은 재목은 맞는 것 같다. 잘 성장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상으로만 봐왔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선 "이승우가 돌파형 공격수라면 이강인은 소유형 공격수다. 스타일이 틀리다. 마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또 "형들과 잘 지내려고 하고 인성도 좋다. 묵직한 맛이 있다"고 전했다.
파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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