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외국인 타자를 떠올리면 그려지는 전형적인 모습이 있다. 엄청난 파워를 담고 있는 근육질 몸에 개인적인 성향, 다소 거만하게 비쳐지는 플레이다. 일반화하긴 어려워도 신체 능력이 뛰어나고 지명도가 높을수록, 성적이 좋을수록 그렇다.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기대치가 높다보니 구단은 이들을 각별하게 대접하고 예우한다. 그런데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내야수 다린 러프(31)를 보면, 외국인 선수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야 땅볼을 치고 1루로 전력 질주를 하거나, 누상에서 주루 플레이를 할 때다. 모든 힘을 쏟아내며 최상의 플레이를 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프로 선수라면 당연한 일인데도 외국인 선수다보니 더 눈에 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했을 때나, 지금이나 어떤 상황에서든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려는 모습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팀 동료들과 무리없이 어울리고 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야구를 잘 해 삼성에서 오랫동안 있고 싶다고 하더라"고 했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르내리는 미래가 불확실한 생활을 접고 한국 프로야구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시즌 초반 러프는 '미운오리새끼' 신세였다. 확실한 4번 타자 역할을 기대하고 영입했는데, 전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1할대 타율에 허덕이다가 급기야 2군까지 추락했다. 김한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그의 성실성과 능력을 높이 평가했지만, 계속된 부진이 자신감 상실로 이어질까 걱정했다.
올 시즌 연봉이 구단 발표 기준으로 총액 110만달러. 올 해 삼성 외국인 선수 3명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시즌 초반 거듭된 부진에 러프 본인도 당황했고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2군을 경험한 러프는 많이 달라졌다. 4월 말 2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18경기에서 타율 1할5푼(60타수 9안타)-2홈런-5타점-9득점. 4월 21일 NC 다이노스전에서 6타수 1안타를 기록한 러프는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사실 4월 부진이 이어졌다면 구단의 퇴출 고민이 깊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10일이 지난 5월 2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에 복귀해 연장 10회말 끝내기 1점 홈런을 터트렸다. 김한수 감독이 새로운 가능성을 엿본 경기로 꼽은 매치다.
1군 복귀 후 27일 넥센 히어로즈전까지 22경기에서 84타수 28안타, 타율 3할3푼3리-6홈런-17타점-15득점, 장타율이 6할3푼1리-출루율 4할1푼7리. 4번 타자로서 손색이 없는 성적이다. 러프는 1군에 돌아온 후 27일 히어로즈전까지 한 차례 경기 후반 교체된 것을 빼곤 전 타석에 들어갔다. 김한수 감독은 "힘들다는 애기 한 번 안 한다"고 했다.
1할대를 맴돌던 타율은 2할5푼대로 올라섰고, 27일 히어로즈전에선 시즌 8호 홈런을 터트렸다. 착실하고 꾸준하게 공격에 기여하고 있다. 팀이 정상화로 가는데 러프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직 보여줘야할 게 많은 러프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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