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좀 못하면 어떤가, 방망이로 다 채우는데.
KIA 타이거즈 팬들은 선두로 잘나가는 KIA 경기를 보는 것도 기쁨이지만, 한 어린 선수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주인공은 최원준이다. KIA는 지난해 서울고 출신 유격수 최원준은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 지명했다. 고교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했을만큼 방망이 실력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신인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14경기에 나와 첫 홈런도 치고 인상적인 안타도 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올해는 더욱 많은 기회를 얻고 있다. 12일 LG 트윈스까지 46경기 타율 3할4푼7리 3홈런 22타점을 기록하며 팀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날 LG전에서 1번-3루수로 선발 출전해 멀티히트를 기록한 데 이어 경기 마지막 극적인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날려 영웅이 됐다.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의 자존심을 프로 무대에서도 지키고 있다.
KIA팬들은 고졸 2년차로 겁없이 배트를 휘두르는 최원준을 좋아한다. 그가 더 많은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수비다. 이날 경기에서도 3회 결정적인 실책으로 추가 실점의 빌미를 만들고 말았다.
고교 시절에는 유격수로 뛰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프로는 달랐다. 타구 속도, 질과 주자들의 스피드 자체가 달랐다. 조금 주춤했다가는 세이프. 이런 수비 실수에 소위 말하는 '입스'가 생겼다. 구단은 외야 전향을 시켜보려 했지만, 외야수로도 딱히 나아지는 모습이 없었다. 김기태 감독은 다시 최원준을 내야수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딱 봐도 어설프다. 공을 잡고, 송구를 하기까지의 시간이 한참 걸린다. 안정을 취해 던지는 건 좋지만, 그랬다가는 주자들이 살기 쉽다. 그러기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수비가 안되는 '반쪽 선수'가 살아남기 힘든 곳이 1군이 세계다.
그렇다고 최원준을 비판하는 건 절대 아니다. 아직 고졸 2년차 선수다. 방망이만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는 자체가 대단하다. 선배들이 힘들 때 선발로 나가 공-수 대체 역할을 해주면 되고, 결정적일 때 좌타 대타 요원으로 팀에 도움을 줘도 그의 3100만원 연봉을 생각하면 충분한 가치다.
다만,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비 트라우마 극복이 필수다. 이건 최원준 본인을 위해서다. 당장 시즌 중에는 어쩔 수 없지만, 시즌 후 마무리 캠프 등에서 피나는 수비 훈련을 해야할 것이다. NC 다이노스 박민우 같은 경우도, 처음 1군에 왔을 때는 형편없는 2루 수비로 불안감을 노출했었지만 엄청난 노력으로 이제는 수비에서 역시 톱클래스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입단부터 뭔가 팬들을 당기는 묘한 매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 KIA는 최원준이 그런 경우다. 그의 방망이가 과연 올해 KIA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까 궁금해진다. 뭔가 큰 사고를 한 번은 칠 것 같은 느낌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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