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9위가 사실상 확정된 2017년 삼성 라이온즈. 악전고투를 하며 하위권 탈출을 노려봤지만, 역부족을 절감하며 시즌 종료를 기다리고 있다. 성적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진 시즌 막바지, 온통 관심은 은퇴를 앞둔 이승엽에 쏠려있다. 팬들은 지금 한 시대를 넘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했던 '레전드'의 마지막을 목도하고 있다.
팀 성적, 이승엽 은퇴 이슈에 살짝 가려있지만, 주목해야할 게 더 있다.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다. 삼성팬들들은 올시즌 구단 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를 지켜보고 있다.
18일 현재 127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486타수 156안타), 30홈런-121타점. 이쯤되면 '역대급 타자'라고 봐야 한다. 러프는 지난 13일 한화 이글스전과 1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6타점씩, 총 12타점을 쓸어담았다. 한화전에선 5안타를 때렸고, NC전에선 2홈런을 터트렸다. 지난 5경기에서 24타수 15안타, 타율 6할2푼5리, 4홈런, 15타점. 이 기간 득점권 타율이 7할(10타수 7안타)이고, OPS(출루율+장타율)가 1.932다. 입이 딱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불꽃타다.
시즌 막판 타점기계를 작동해 100타점, 110타점, 120타점을 쑥쑥 지났다. 선두를 질주하던 KIA 타이거즈 최형우까지 끌어내리고 타점 1위로 치고올라갔다. 김한수 감독이 개막을 앞두고 기대했던 '30홈런-100타점'은 가볍게 넘어섰다.
3~4월 최악의 부진을 딛고 이뤄낸 성과다. 러프는 정확도 높은 타격 능력에 장타력을 겸비한 이상적인 타자다.
지난 몇 년간 KBO리그 최고 외국인 전력들의 첫 시즌을 비교해보자. NC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는 2014년 타율 3할4푼3리-152안타-37홈런-121타점, 한화 로사리오는 2016년 3할2푼1리-158안타-33홈런-120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은 몰라도, 안타수와 타점은 이미 넘어섰거나 추월을 앞두고 있다.
역대 삼성 최고 외국인 타자로 꼽혔던 '악동' 야마이코 나바로는 2014년 첫해에 타율 3할8리-154안타-31홈런-98타점, 2015년 2할8푼7리-153안타-48홈런-137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은 많았으나 전체적인 팀 기여도에선 러프가 낫다는 게 삼성 사람들의 평가다. 나바로와 달리 러프는 타선이 약해진 상황에서 만든 성적이다.
2003년 이승엽(56홈런-144타점) 마해영(38홈런-123타점) 이후 삼성 타자 중 '30홈런-120타점'을 넘긴 타자는 나바로(2015년)와 최형우(2015~2016년), 올시즌 러프뿐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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