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을 많이 해본 사람의 가슴앓이를 남들은 잘 모를 것이다."
승부의 세계는 늘 1인자만 기억한다. 성적으로 엄격한 평가를 받는 프로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정규 시즌 우승팀보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값진 기억으로 남는데,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은 팬들의 기억속에서 금방 가물가물해진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프로야구 사령탑으로 한국시리즈 준우승만 4차례 했다.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 2007, 2008, 2013년에 3번이나 우승을 놓쳤고, 지난해 NC 창단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4패로 또 준우승에 그쳤다. 당연히 가슴 앓이가 심했다. 공개적으로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김 감독이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는 "2등의 그림자를 벗어나고 싶다"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무승 4패. 1승도 하지 못했다.
물론 대단한 성과였다. NC는 2013년 1군에 진입한 신생팀이지만 4시즌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하지만 2등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 한국시리즈 4차전이 끝난 후 두산의 우승이 확정되고 인터뷰실에 들어선 김경문 감독은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으로 "우리보다 두산 전력이 좋았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두산 김태형 감독은 눈물을 보였다. "김경문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난다. 기쁘면서도 마음이 한편으로는 무겁고 착잡하다"며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인터뷰실에 들어선 김경문 감독은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으로 "우리보다 두산 전력이 좋았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두산 김태형 감독은 눈물을 보였다. "김경문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난다. 기쁘면서도 마음이 한편으로는 무겁고 착잡하다"며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후배 감독이 허망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도 막상 처절하게 무릎을 꿇은 당사자들만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아픔의 상대인 두산을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됐다.
16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태형 감독은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눈물을 흘린 것을 두고 "김경문 감독님과 두산에서 3년간 함께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감독님이 '축하한다'고 하면서 돌아가는 뒷 모습을 봤다. 남자는 그런 게 있다 . 이름 세 글자가 떠오르면 가슴이 찡해지는 분"이라고 회상했다. 또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NC와 만나게 됐는데 앞으로 10년 동안 더 만나고 싶다"는 후배의 포부도 잊지 않았다.
함께 자리한 김경문 감독도 웃으며 "김태형 감독이 덕담을 먼저 해줘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하면서도 아픈 마음까지 감추지는 않았다. 김 감독은 "2등을 많이 해본 사람의 가슴앓이를 남들은 잘 모를 것이다. 그러나 2위를 하면서도 마음 속 하나에 자부심은 있다. 작년에 너무 허망하게 경기를 끝냈는데, 올해는 두산을 만나서 김태형 감독에게 배울건 배우고 멋지게 경기를 해보고싶다"고 힘을 줬다. 지금 김 감독이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표현이다.
NC 선수들도 결의에 차있다. "올해만큼은 절대 작년 한국시리즈에서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겠다. 작년에는 우리 야구를 못보여줬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한국시리즈 4패 준우승의 기억은 쓰라린 교훈으로 남아있다.
쉽지 않은 싸움, 포기할 수 없는 숙적. 만년 2등으로 멍든 김경문 감독의 가슴앓이는 이번 가을 어떻게 끝을 맺게 될까.
잠실=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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