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46)이 처음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던 2016년 2월, 기자는 전훈지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조 감독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초보 사령탑'이라는 단어를 몇 차례 사용했다. 이에 조 감독은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당시 "처음 감독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린 나이에 감독이 됐다고는 생각 안한다. 지금은 다른 감독님들과 비교해 나이가 적을 뿐이지 어리다는 느낌은 안 갖는다"고 강조했다. 사상 첫 1970년대생 프로 출신 감독의 당당한 자신감이었다.
2015년 시즌을 마치고 롯데가 조 감독을 데려올 당시 프로야구계는 대부분 '파격'이라는 반응이었다. 롯데 구단은 "과거 롯데에서의 코치생활을 비롯해 다양한 코치경험을 통해 지도력은 물론 선수단과의 소통 능력을 보였으며, 일체감이 부족한 팀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선수단이 목표 의식을 갖게 하는 리더십을 가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그런 조 감독과 롯데의 계약기간 2년이 지난 15일 준플레이오프 탈락이 결정되면서 만료됐다. 계약서상의 계약기간은 11월말까지이나 그건 큰 의미가 없다. 롯데는 곧 조 감독과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롯데 관계자는 "이제 막 포스트시즌을 마친 상황이라 재계약 여부는 좀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내부 분위기로는 재계약이 유력하다. 조 감독이 이뤄놓은 성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16일 "올해 생각했던 것만큼 선수단이 잘 해준 것 같다"면서 조 감독 재계약 여부와 관련해서는 "길지는 않지만 시간이 있으니까 논의를 하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결코 폄하될 수 없는 조 감독의 작품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극적이었다. 전반기를 7위로 마쳐 "올해도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던 롯데는 후반기 무서운 기세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3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 조 감독은 전반기에 무리하지 않고 시스템에 따라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하고, 불펜투수들도 다양하게 활용하며 최적의 보직을 부여했다. 체력과 역할에서 안정 모드로 바뀐 롯데 마운드는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 3.93으로 두산 베어스(3.90)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내며 상승세를 이끌어 갔다.
덕분에 롯데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80승 고지를 밟았다. 승률(0.563)은 1999년(0.591) 이후 최고 수준이다. 과감한 FA 투자, 이대호의 복귀, 가성비 높은 외국인 선수 영입 등 프런트가 적극적으로 지원한 '재료'를 조 감독이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요리'로 완성낸 것이다. 여기에 박세웅 김원중 박진형 등 '영건들'의 성장도 조 감독 체제가 이룬 소득이다. 사실 올해는 1999년 이후 롯데가 정규시즌서 가장 강했던 시즌이다. 롯데가 올해 승률 5할에서 -8이었던 상황을 +18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투타 밸런스와 팀워크, 그리고 조 감독의 안정적인 리더십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준플레이오프 탈락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4위' NC 다이노스에 패했다. 4차전까지 2승2패로 시리즈를 잘 끌어온 조 감독은 최종 5차전서 마운드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5회초 박세웅-조정훈-이명우로 이어지는 투수 교체에 대한 아쉬움이다. 물론 상대팀 선발투수의 컨디션을 감안하면 분명 쉬운 승부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순간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기는 피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5차전과 올시즌 몇 경기만 가지고 조 감독을 바라봐서는 안된다. 감독의 능력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품과 코치생활을 통해 쌓은 지도 철학에서 나온다. 나머지는 경험으로 축적될 수 있는 부분이다. 조 감독은 사령탑 첫 시즌인 지난해 실패에 대해 자신의 실책을 인정했다. 올시즌 조 감독은 실수를 최소화하려 했고, 시행착오를 통해 시스템화된 전력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물이 페넌트레이스 3위다. 이번 포스트시즌 역시 조 감독에게는 소중한 경험으로 쌓일 것이다.
롯데가 2년전 조 감독 영입 당시 판단했다고 한 '소통', '일체감', '팀분위기', '목표의식'에서 조 감독은 모두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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