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잔 하면서 딱 약속 했습니다."
올 시즌 초반 OK저축은행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무기력했던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다르다. 송명근이 부활했고, 이민규 송희채가 건재하다. 외국인선수 브람의 기량도 뛰어나다는 평가. 하지만 그 틈에 그림자가 있었다. 아직은 OK저축은행의 유니폼이 어색한 한 남자. 바로 김요한(32)이다.
LIG그레이터스부터 KB손해보험까지, 김요한은 외로운 에이스였다. 기량은 최정상급. 그러나 양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김요한은 언제나 도마에 올랐다. "에이스라기엔 턱 없이 부족한 기량이다." "더 이상 KB손해보험에 김요한은 필요없다." 심지어 인성 논란도 있었다.
뛰어난 기량에 출중한 외모. 한 때 문성민(현대캐피탈)과 함께 한국 배구를 책임질 스타로 꼽히던 그였다. 하지만 KB손해보험과의 마지막은 씁쓸했다. 이효동과 함께 2대2 트레이드로 OK저축은행에 입단했다. "KB손해보험에서 김요한을 묶어줘서 내가 오히려 놀랐다." 트레이드 당시 김세진 감독의 기억이다.
KB손해보험의 프렌차이즈 스타에서 트레이드감으로 떨어진 김요한의 가치. 김 감독은 일단 색안경 벗고 김요한을 봤다. "바깥에선 인성에 대한 말도 나오고 별 이야기가 다 있다. 그런데 보는 눈이 달라서 그런가 내가 보기엔 그렇게 착할 수 없다. 오히려 숱한 비판으로 주눅들어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도 김요한의 기량 회복에 대해선 확신을 갖지 못했다. "나 역시 김요한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도 활용할 방안을 고민했다. 김 감독의 선택은 센터 전환. 쉽지 않은 이야기다. 30대에 접어든, 그것도 최고의 레프트였던 선수에게 포지션 변경이라니. 김 감독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밀어붙였다.
소주 한 잔 했다. 그리고 말했다. "요한아 센터하자." 김요한이 망설였다. 김 감독은 잔을 채웠다. 또 한 잔. "요한아 감독도, 팀도 바뀌었다. 전술도 다르다. 감독 믿고 센터하자." 그제서야 김요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망설일 수 밖에 없는 그 마음을 잘 안다. 도전이 두렵고 변화는 익숙치 않았다. 박수보다 눈칫밥이 익숙했던 김요한은 '추락한 에이스'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한 발 더 나갔다. "약속 하나 하자. 은퇴는 여기서 한다는 생각으로 뛰자." 잔이 비었다. 김요한이 한 잔 따랐다. 받아 마신 김 감독, 한 마디 더 했다. "너 그리고 훈련할 때 한 번만 더 내 눈치 보기만 해. 널 보고 크는 후배들도 있다. 네가 주눅들지 않고 자신있게 가야 너도 살고 팀도 산다." 빈 병이 쌓였다. 깊어진 밤보다 더 진해진 두 사람의 믿음. 소주 한 잔에 담긴 두 남자의 약속이었다.
안산=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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