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선수 출신 단장이다. 10개 구단 중 6개팀이 선수 경력이 있는 야구인에게 단장직을 맡겼다. 대세까진 아니더라도, 새로운 트렌드라고 할만 하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한화 이글스 박종훈, LG 트윈스 송구홍, SK 와이번스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고형욱, 유영준 NC 다이노스 단장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유 단장은 고교야구 감독과 NC 스카우트 팀장을 거쳤다. 김태룡 두산 베어스 단장, 민경삼 전 SK 단장 등 선수 출신 프런트들의 성공이 이런 흐름에 영향을 줬다.
야구를 잘 알고 현장과 활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선수 출신 단장의 강점이다. 야구에 직접 관여하기는 어려워도 흐름을 읽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팀을 바라볼 수 있다. 선수 출신 단장들은 선수단 전체를 총괄하기보다, 주로 경기력에 관련된 운영 파트를 책임진다. 현장과 협의를 통해 새로운 전력을 영입하거나 트레이드를 주도한다. 역할이 전문 영역에 한정돼 있다.
선수 출신 단장과 구단 프런트, 혹은 모기업 출신 단장 중 어느 쪽이 바람직한가를 논하기는 어렵다. 구단별로 분위기, 상황에 따른 선택 문제이다.
다만 올시즌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를 주목해볼만 하다. 허영택 KIA 타이거즈 단장과 이윤원 롯데 자이언츠 단장은 모기업에서 임명한 비선수 출신이다. 단장을 맡기 전에 구단 관련 일을 경험하긴 했으나, 프런트 출신은 아니다. 단장직을 맡은 후 팀의 방향성을 정립하고, 전력의 바탕을 만들었다. 재임 기간은 다르지만 올 시즌 분명한 성과를 냈다.
2013년 말 타이거즈에 합류한 허 단장은 부임 4년 만에 통산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취임 당시 팀 분위기, 성적은 바닥을 맴돌고 있었다. 2014년 말 김기태 감독 취임과 함께 KIA는 착실하게 2년 후를 준비했다. 2년간 리빌딩을 진행하면서 김 감독 계약의 마지막 해이자, 안치홍 김선빈이 군에서 제대해 복귀하는 2017년을 바라봤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밑그림을 그려갔다. 지난해 정규시즌 5위로 가능성을 확인한 KIA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전략적인 결정을 했다. FA(자유계약선수) 최형우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또 최형우 합류와 맞물려 내야수 브렛 필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호타준족의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와 계약했다. 통합 우승으로 이어진 선택이었다.
허 단장은 "2015년, 2016년엔 대형 FA를 영입한다고 해도, 우승 전력을 만들긴 어렵다고 봤다. 올해가 김 감독 계약의 마지막 해라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운도 따라줬지만 또 모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 됐기에 우승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KIA는 지난 2015년 비전 'TEAM 2020'을 선포하고, 중장기 목표로 'KIA 123'를 제시했는데, 100만 관중-20% 구단가치향상-3번 이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담겨 있다. 올시즌 KIA는 구단 사상 첫 1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또 입장 수입이 증가하고, 우승 배당금 등을 확보해 20% 구단가치향상 목표를 달성했다. 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지난 몇 년간 침체에 빠졌던 롯데는 올시즌 활짝 기지개를 켰다. 전반기 부진을 딛고 페넌트레이스 3위에 올라 5년 만에 가을야구를 했다. 오랜만에 '구도' 부산을 들썩이게 했다. 지난 몇년간 지속적으로 이뤄진 투자의 결과물이다.
이윤원 단장이 2014년 말 부임했을 때 자이언츠는 안팎으로 어수선했다. 무거운 기운을 몰아내고 흐름을 바꿀 모멘텀이 필요했다. 2016년 롯데는 젊은 지도자 조원우 감독을 영입해 변화를 주고, 팀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이 단장 체제에서 롯데는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스포츠라이트에 비켜서 있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구단 프런트의 역할, 헌신이 없다면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걸.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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