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로 기준을 두고 후보를 제한하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일 2017 골든글러브 후보를 발표했다. 올 시즌 KBO리그를 담당한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중계방송사 PD, 아나운서, 해설위원 등 미디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골든글러브 투표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후보자가 대폭 늘어나 투표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작년 골든글러브 후보는 총 45명이었지만 올해는 85명으로 늘어났다. 2배 가까이 많아진 셈이다.
후보가 늘어난 이유는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매년 후보 선정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동안은 타율(타자) 혹은 평균자책점(투수) 마지노선이 꼭 포함되어 있었다.
작년 후보 선정 기준을 봐도, 투수는 평균자책점 3.40 이하거나 15승 혹은 30세이브 이상의 요건을 충족해야 뽑힐 수 있었다. 야수들도 포지션에 따라 다르게 타율 제한이 있었다. 1루수, 2루수, 외야수는 타율이 3할1푼을 넘겨야 하고, 유격수는 2할8푼, 포수는 2할9푼을 넘겨야 후보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규정 이닝이나 규정 타석 등 기타 요건을 채워도 타율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후보로 이름조차 올릴 수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올해는 KBO가 변화를 줬다. 평균자책점, 타율 마지노선을 없앤 것이다. 투수는 규정 이닝 이상이거나 10승, 30세이브 , 30홀드 중 한가지만 채워도 후보가 될 수 있다. 타자 부문도 훨씬 유연해졌다. 해당 포지션에서 720이닝(경기수X5) 이상 수비로 나선 모든 선수가 후보가 되고, 지명타자의 경우 규정 타석의 ⅔(297타석) 이상을 채우면 자격이 주어진다.
그렇다보니 후보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투수만 해도 작년에는 후보가 6명이었지만, 올해는 무려 26명이나 후보가 됐다. 외야수도 작년 14명에서 올해 22명으로 증가했다.
KBO가 규정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후보 자격을 비교적 많은 선수들에게 주기 위해서다.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KBO 관계자는 "지난해 골든글러브가 끝나고 많은 고민을 했다. 굳이 타율이나 평균자책점 제한을 두는 의미가 없고, KBO가 임의로 제한 기준을 정하는 것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물론 후보가 많아지면서 생길 파장도 무시 못한다. 후보가 많아졌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지지로 수상을 하기가 힘들고, 1~2표 차이로 수상자가 갈릴 가능성도 크다. 특히 외야수 부문 같은 경우 매년 치열했지만, 올해는 더 치열하다. 성적이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아 수상자를 예측하기가 힘들다. 넓어진 후보 폭이 이번 골든글러브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재미를 가져다 주게 됐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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