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였던 현영민(38)이 16년간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현영민은 1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홈개막전에서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가족과 함께 마지막으로 그라운드에 선 현영민은 신승대 전남 사장과 한웅수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함께 뛴 김병지, 서포터스가 전해준 기념패와 꽃다발을 받고 활짝 웃었다. 그는 팬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감사합니다"라고 입을 뗀 후 "두발로 서서 나갈 수 있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전남에서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내 옆에서 항상 응원해준 아내에게 고맙고, 평생 갚아 나가면서 살아가겠다고, 고생 많았다고 전하고 싶다. 앞으로 축구로 받은 사랑을 보답할 수 있도록 성실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영민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재계약 하지 않기로 한 구단의 의사를 받아들여 은퇴를 선언했다. 광희초 5학년 때 처음으로 축구화를 신은 현영민은 2002년 울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구름 위를 걸었다. 강철 체력과 강력한 스로인 능력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을 사로잡아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이후 2005년 울산을 K리그에서 우승시킨 현영민은 이듬해 1월 해외무대도 밟았다. 러시아 명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6개월간 뛰다 그 해 여름 다시 울산으로 복귀했다. 2010년 FC서울로 둥지를 옮기자마자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춘 현영민은 2013년 성남을 거쳐 2014년부터 전남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이 야속했지만 사실 이 때부터 '마지막'은 항상 준비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 선수생활을 했다.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 내 욕심만 챙기는 건 후배들에게 못할 일"이라고 말하던 그였다. 그래도 매년 1년씩 재계약하면서도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기상시간부터 사소한 것까지 철저하게 스케줄을 관리했고 매일 한 시간 이상 개인운동을 습관화했다.
특유의 성실함은 기록으로 증명됐다. 지난해 9월 K리그 400경기 출전이란 금자탑을 쌓았다. 그리고 올 시즌까지 37경기를 더 뛰며 개인통산 437경기, 9골-55도움을 기록했다. 왼쪽 풀백 최다 공격 포인트는 신홍기(336경기77개) 전 전북 현대 코치에게 뒤졌지만 출전 수는 포지션 플레이어 중 최다다. "내 포지션에서 기록을 남기자"라고 한 다짐을 결국 지켜냈다. 자신의 마음 속에 '성공한 선수 인생'이라고 당당히 아로새길 수 있게 됐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현영민은 지도자로의 변신을 모색할 예정이다. 당초 전남은 현영민에게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유스팀 지도자 기회를 주려 했었다. 아쉽게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서 계획이 무산됐지만 지도자로서 현영민이 그려갈 '제2의 인생'은 이제 막 테이프를 끊었다.
준비는 남부럽지 않게 했다. 지도자에 대한 확고한 생각으로 발 빠르게 지도자 B급 자격증을 땄다. 이젠 A급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언젠가 찾아올 K리그 사령탑에 대한 대비도 해놓았다. 외국인 선수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영어 과외와 공부를 하고 있다. 또 고교 시절부터 시작한 여러 지도자들의 성향, 지도방식, 철학 등 모든 것을 꼼꼼히 메모하는 습관도 지녔다. 더불어 최근에는 심판 강습회까지 참여해 심판 시스템과 심리까지 공부했다. 준비된 지도자를 위한 노력이었다.
광양=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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