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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잼' 제철가더비, 공격축구가 K리그 위기 탈출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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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제철가 형제들은 고개를 숙였다.

모기업의 지원이 끊기며 한파를 맞았다. '명가' 포항은 2016, 2017년 두 시즌 연속으로 하위스플릿의 굴욕을 맛봤다. 2016년에는 강등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전남도 마찬가지다. 2016년에만 상위스플릿에 올랐을 뿐, 승강제 도입 후 항상 하위스플릿으로 내려갔던 전남이다. 지난 시즌에는 14경기 무승행진 속 10위로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했다. 관중들도 발길을 돌렸다. 리그를 주도한 제철가 형제들의 몰락 속 K리그 역시 위기를 맞았다.

올 시즌, 두 팀은 야심찬 변화를 택했다. 포항은 모처럼 지갑을 열었다. 양동현 손준호가 떠났지만, 송승민 김민혁 하창래, 레오가말류, 채프만, 제테르손 등을 데려오며 모처럼 스쿼드에 힘을 더했다. 지난 시즌 64골로 전북(73골)에 이어 다득점 2위에 오른 포항은 최순호식 공격축구를 더욱 공고히 했다.

전남은 유상철 감독을 데려왔다. 현영민이 은퇴하고 득점을 책임졌던 자일, 페체신이 떠나며 스쿼드가 더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유 감독은 젊은 선수로 팀을 재편했다. 특히 유 감독은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팬들을 경기장에 부를 수 있는 공격축구, 매력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1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포항과 전남의 시즌 첫 제철가더비. 포항의 3대2 승리로 끝났지만, 진짜 승자는 이 경기를 지켜본 팬들이었다. 공격축구의 진수가 펼쳐졌다. 양 팀이 주고 받는 화끈한 공격축구에 1만1036명의 관중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선제골은 포항이 넣었다. 전반 6분 이광혁이 오른쪽서 프리킥한 것을 김광석이 헤딩으로 방향을 바꿨고, 골키퍼 앞에 있던 하창래가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남도 1분 뒤 반격에 성공했다. 완델손이 왼쪽에서 크로스하자 박대한이 뛰어들며 오른발 발리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들어 승부는 더욱 뜨거워졌다. 기회는 전남이 먼저 잡았다. 후반 7분 유고비치의 스루패스를 받은 박준태가 골키퍼와 맞섰고, 골키퍼를 제치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얻었다. 하태균이 키커로 나섰지만 슈팅은 강현무 골키퍼에 막혔다. 나온 볼을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이는 수비를 맞고 빗나갔다. 위기를 넘긴 포항이 다시 앞서나갔다. 13분 강상우가 환상적인 중거리포로 전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35분에는 김승대의 크로스를 교체투입된 제테르손이 왼발슈팅으로 추가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남은 그대로 주저 앉지 않았다. 39분 이유현의 크로스를 마쎄도가 헤딩골로 응수하며 승부를 마지막까지 뜨겁게 달궜다.

결과는 3대2 포항의 승리. 하지만 경기 후 양 팀 감독은 함께 웃었다. 승장인 최순호 포항 감독은 "전남이 작년에 비해 훨씬 조직적이고 짜임새가 있더라. 팀적으로 잘 준비됐다"고 전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패했지만 전남을 바꾼 유 감독 역시 "재밌게 볼을 차고, 마지막까지 포기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남은 시즌에 대한 희망을 봤다"고 미소지었다.

함께 웃을 수 있는 경기에 팬들도 화답했다. 전남-포항전이 끝난 후 게시판의 댓글은 칭찬 일색이었다. '오늘 경기 정말 꿀잼이었다', '이렇게만 하면 팬 늘어난다', '제철더비 개꿀잼!'

모두가 K리그의 위기를 말한다. 답은 다들 알고 있다. 깨끗하고 재밌는 승부를 보여주면 된다. 매 시즌 초마다 모든 팀들이 앵무새처럼 공격축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 그라운드에서 진짜 공격축구를 찾기는 어렵다. 이번 제철가더비처럼 하면 된다. 유 감독은 경기 후 "라커룸에 들어가서 선수들에게 '이렇게 해야 축구다'고 했다. 질수도, 이길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해야 팬들이 '이렇게 해야 재밌지'라고 느낀다. 지루하게 하면 관중들이 찾지 않을 것이다. 축구를 재밌게 해야 한다. 그래야 진실성이 팬들에 전달될 수 있다"고 했다. K리그 위기 탈출을 위한 해법을 제철가 형제들이 온 몸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광양=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