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아가면서 몇 차례 시련을 겪는다. 중요한 건 그런 일이 벌어진 다음이다. 시련에 주눅들고 좌절한다면 거기서 실패로 끝이지만, 아픈 기억을 새로운 도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면 성공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 그래서 섣불리 "실패했다"고 비난할 게 아니다.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게 마땅하다.
올해 넥센 히어로즈에 돌아온 박병호가 그렇다. 2015년에 53개의 홈런을 치고 4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당당하게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했다. 냉정히 말해 미국에서의 2년(2016~2017) 동안 '박병호 야구'는 실패했다. 초반에는 KBO리그 홈런왕의 위용을 보여주는 듯 했지만, 끝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와 코너워크를 이겨내지 못했다. 2017시즌에는 부상 등 악재가 겹쳐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했다. 박병호에게 지난 2년은 엄혹한 시련의 계절이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담담하게 이를 받아들이며 "어떤 면에서는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13~1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다. 2경기로 평가를 하긴 어렵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보면, 박병호가 과거에 비해 한층 더 진화했음을 알 수 있다. 역대 시범경기를 통틀어 가장 빠른 홈런 페이스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 박병호는 2013년 시범경기 때 10경기에서 4홈런으로 개인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당시 타율은 1할7푼4리에 그쳤다. 이어 53홈런을 친 2015년에는 11경기에서 3홈런, 타율 3할8리를 마크했다.
그러나 올해는 타율 4할에 2홈런이다. 그가 친 안타는 모두 홈런이다. 아직 삼진은 당하지 않았고, 볼넷 2개를 골라냈다. 선구안과 파워, 타석에서의 대처능력이 모두 일취월장했다는 증거다. 미국에서의 실패가 박병호를 한 단계 더 앞으로 이끈 듯 하다. 어떻게 보면 미국에서의 지난 2년은 언급하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일 수도 있는데, 그는 이에 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14일 한화전에 앞서 만난 박병호는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좋은 투수들의 공을 정말 많이 봤다. 그런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온 것 같다"고 했다. 박병호가 얻었다는 건 야구 기술 자체만이 아니라 야구에 임하는 태도까지 포함돼 있다. 그는 확실히 3년 전보다 한층 더 성숙해져 있다. "핑계대지 않겠다. 경기를 통해 보여드리겠다"는 말에서 알 수 있다.
실제로 스포츠조선이 진행했던 '현장 야구인 100인 설문'에서 많은 감독과 코치, 프런트, 선수들이 "지난 2년간 꾸준히 경기를 치르면서 다양한 투수들과 상대해봤기 때문에 KBO리그에서도 예전의 모습을 금세 보여줄 것"이라며 박병호를 올 시즌 홈런왕 후보로 예상했다. 그런 예상대로 박병호는 시범경기 초반부터 거침없는 홈런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2년간의 시련이 박병호를 더욱 담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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