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즌 초반임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넥센 히어로즈 주전 3루수 김민성의 타격감은 지금 너무나 뜨겁다. 벌써 홈런 3방을 때려내 이 부문 단독 선두로 치고 나왔다.
김민성의 맹활약은 2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 때 화려하게 빛을 발했다. 이날 김민성은 올해 처음이자 자신의 통산 두 번째 연타석 홈런을 때려냈다. 이를 포함해 4타수 3안타(2홈런)으로 5타점을 혼자 쓸어담으며 팀의 9대4 승리를 이끌었다.
0-1로 뒤지던 넥센은 1회말 2사 2, 3루 때 터진 5번 김하성의 역전 3점포로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아직 1회라 안심하긴 일렀다. 그런데 여기서 곧바로 김민성의 쐐기포가 터져나왔다. 김하성의 홈런 이후 6번 김태완이 볼넷을 골라나간 뒤 타석에 나온 김민성은 LG 좌완 선발 임지섭의 밋밋한 포크볼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훌쩍 넘는 투런포를 날렸다. 3-1과 5-1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김민성이 승리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그런데 김민성의 뜨거운 타격감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도 또 홈런을 날린 것. 1사 2, 3루였다. LG는 초반부터 제구력이 무너진 임지섭이 3회말 선두타자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주자 곧바로 신정락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신정락도 몸이 덜 풀린 듯 했다. 첫 상대 김하성에게 좌전안타를 내줬고, 김태완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이 과정에 폭투가 나와 1사 2, 3루 위기를 맞았다.
이때 타석에 나온 김민성은 전략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오는 신정락의 초구를 노려쳤다. 타구는 엄청 큰 궤적을 그리며 좌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비거리 125m짜리 대형 3점 홈런으로 올해 개인 첫 연타석 홈런을 달성한 것. 김민성은 지난해 고척돔에서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을 친 적이 있다. 2017년 7월5일 한화 이글스전이었다. 이날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을 친 김민성은 다음날 한화전에서도 첫 타석에 홈런을 쳐 이틀간 3연타석 홈런의 맹위를 떨친 적이 있다. 시즌 초반 페이스가 당시와 흡사하다. 이에 앞서 김민성은 지난 25일 고척 한화전 때 시즌 1호 홈런을 치기도 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이 된 김민성은 "시범경기부터 지금까지 감이 나쁘지 않다. 스프링캠프부터 초반 페이스를 위해 신경 써서 준비한 것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맹타의 비결을 밝혔다. 이어 "운도 많이 따라주고 있다. 결과를 떠나 내가 준비한대로 진행되는 것 같다"면서 "작년 시즌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는데, 그런 경험이 오히려 올 시즌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김민성은 단 하루 차이로 FA 자격을 얻지 못하는 일을 겪었다. 선수로서는 큰 손실이다. 그러나 이런 아픈 기억을 오히려 올해 맹타의 원동력으로 삼은 듯 하다. 김민성의 방망이가 언제까지 타오를 지 기대된다.
고척돔=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