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경기는 반성해야 한다."
결승점으로 이어진 홈런을 쳤어도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는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나친 겸양의 표현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박병호니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에게 가장 엄격한 타자다. 그를 만족시키는 건 홈런보다 팀 승리다.
박병호는 12일 수원 KT전에서 2-2로 맞선 3회초 결승 투런 홈런을 쳤다. 이 홈런으로 승기를 잡은 넥센은 결국 이날 KT를 10대5로 누르며 시즌 75승(68패)째를 수확했다. 특히 이날 승리로 넥센은 3위 한화 이글스와의 승차를 1경기로 좁히면서 13일 시즌 최종전 때 역전 희망을 밝혔다.
만약 넥센이 13일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이기고, 동시에 이날 한화가 대전에서 NC 다이노스에 진다면 넥센이 3위가 돼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 양팀의 시즌 성적(76승68패)과 상대전적(8승8패)가 동률이 되지만, 상대 득실점에서 넥센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날 KT전 승리는 의미가 컸다.
이런 경기에서 박병호는 결승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1홈런) 2타점으로 4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회초 첫 타석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이정후와 2번 서건창의 연속 2루타로 선취점을 낸 상황. 3번 샌즈는 볼넷으로 나가 무사 1, 2루 추가점 기회가 만들어졌다. 이때 첫 타석에 나온 박병호는 제구가 흔들리던 KT 선발 금민철을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4번 타자가 찬스에서 늘 치라는 법은 없다. 삼진을 당하는 것도 드물지 않은 일이다. 다음 번에 만회하면 된다. 결국 박병호는 3회초 무사 1루에 맞이한 두 번째 타석에서는 금민철에게 결승 투런포를 뽑아내며 이름 값을 했다. 이후에도 2개의 안타를 더 추가했다. 활약도로 보면 100점을 줄 만 하다.
그러나 박병호는 경기가 승리로 끝났어도 1회초 첫 타석에서의 실패를 곱씹었다. 그는 "첫 타석에서 좋은 타격을 했다면 오늘 경기가 좀 더 쉽게 갈 수 있는데 그렇게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두 번째 타석 때 첫 타석의 아쉬움을 만회하는 타구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같은 경기를 한 것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박병호는 자신이 잘 했던 면을 내세우지 않는다. 잘하지 못한 부분을 더 자책하며 이를 발전의 원동력을 삼는 선수다. 그는 마지막으로 "중요한 경기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집중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병호의 진심이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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