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힐만 감독의 재계약 고사 발표, 과연 시기적으로 적절했을까.
SK 와이번스 힐만 감독은 13일 LG 트윈스와의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전혀 예상치 못한 선언을 했다. 팀의 재계약 제안에도 불구하고, 올해 포스트시즌까지만 팀을 지휘한 후 한국을 떠나겠다는 내용이었다. 모친의 병환에 가족과 가까이 있고 싶어 미국으로 돌아간 뒤, 메이저리그 구단 구직을 노려보겠다고 했다. 절대 사전 계약 등은 없다고 강조했다.
SK는 정규시즌 2위를 확정지었다. 중요한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다. SK는 올해 2위에 만족할 구단이 아니다. 한국시리즈 우승 절호의 기회를 보고 있다. 플레이오프를 4차전 안에 끝낸다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와 충분히 겨뤄볼만하다는 계산을 내부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감독이 떠나겠다고 스스로 발표를 했다. 힐만 감독은 2007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감독직을 그만 둘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포커스가 되기를 원하지 않아 일찍 발표를 한다고 했다. 플레이오프까지 약 2주의 시간 동안 자신에 대한 관심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 정서에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선택이다. 한국은 정규시즌보다 포스트시즌 결과에 모든 성패가 갈린다. 플레이오프든, 한국시리즈든 모든 경기를 마치고 했다면 모를까 조금은 이른 시점이다. 자신의 뜻을 일찍 전하고 싶었다면 구단 수뇌부에게만 미리 얘기를 하고, 나중에 발표를 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이날 발언을 시즌 종료 후 했다고 해도 전혀 배신감을 느낄 상황이 아니다.
SK에 대해 계속해서 새 감독이 누가 올까에 대한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선수단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이다. 코치들은 자신과 친분이 없는 사람이 감독으로 오면 당장 직장을 잃을 수 있다. 선수도 감독 성향에 따라 기회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SK는 큰 경기를 앞두고 새 감독을 미리 선임해 발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힐만 감독은 길어야 1달인 시간, 왜 참지 못했을까. 개인사든, 더 좋은 조건으로의 이적이든 개인의 선택에 비난을 가할 사람은 없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보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 일어난 건 확실하다. 아름다운 이별이 되려면 무조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만약, 포스트시즌에서 팬들이 불만족할 경기 내용이 나오면 "이미 마음이 떠난 거 아니었나"라는 평가가 나올 게 뻔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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