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36)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화 이글스의 간판 타자다.
지난 2007년을 끝으로 11년 간 기나긴 암흑기를 걷던 한화에게 김태균은 한줄기 빛이자 희망이었다. 2008년부터 지난해(2010~2011년 일본 진출 기간 제외)까지 매년 3할 타율,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한화에서만 16시즌을 보내며 KBO리그 통산 타율 3할2푼5리(6248타수 2029안타), 303홈런 1267타점을 썼다. '레전드' 장종훈(현 한화 코치)의 계보를 잇는 프렌차이즈 스타,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상징'이라는 수식어에 부족함이 없었다.
올 시즌 김태균은 전에 없던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정규시즌 기록은 73경기 타율 3할1푼5리(254타수 80안타), 10홈런 34타점. 3할 타율을 이어갔으나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고,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온 13년 연속 100안타 기록도 깨졌다. 출전 경기 수도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적은 숫자. 시즌 초 부상 이후 부진으로 2군을 오갔다. 그 사이 후배 이성열,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이 치고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입지도 줄어들었다.
이럼에도 가을야구를 앞둔 한화를 두고 김태균을 논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서는 한화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경험 부족을 해결해 줄 베테랑의 능력 때문이다. 김태균은 한화에서 4차례 준플레이오프(2001년, 2005~2007년)와 플레이오프 3회(2005~2007년)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한화가 마지막으로 나선 한국시리즈(2006년)에서도 중심 타자로 활약했다.
사실 김태균의 가을 활약상은 기록만 보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4차례 준플레이오프서 치른 13경기 타율이 1할8푼2리(44타수 8안타), 2홈런 4타점에 불과하다. 플레이오프 10경기에서도 타율은 2할3푼1리(39타수 9안타), 2홈런 7타점이었다.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도 2할3푼1리(26타수 6안타), 2홈런 3타점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29경기 타율이 2할1푼1리(109타수 23안타), 6홈런 14타점이었다. 중심타자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결국 부진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태균은 중요한 순간 존재감을 발산했다. 1999년 팀의 유일무이한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7시즌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행을 이끈 것은 김태균의 방망이였다. 지난 2006년 KIA 타이거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김태균은 9회말 끝내기 득점을 올리며 플레이오프행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 유니콘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주인공은 김태균이었다. 플레이오프 4경기 타율 2할9푼4리(17타수 5안타), 2홈런 6타점으로 맹활약 했다. 1차전에서 4대11로 패해 위기에 몰린 2차전에서 선제 투런 홈런으로 팀의 4대3 승리 발판을 만들었다. 한국시리즈행에 1승 만을 남겨둔 4차전에서도 선발 투수 미키 캘러웨이를 상대로 1회말 스리런포를 터뜨리면서 4대0 승리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당시 플레이오프 MVP는 김태균에게 돌아갔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한 활약에 그치며 눈물을 흘린게 아쉬웠다.
11년 만에 다시 나서는 가을야구,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가벼운 김태균이다. 자신의 빈 자리를 메운 이성열, 호잉 뿐만 아니라 정규시즌 동안 맹활약한 후배들이 든든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가을의 추억은 '그래도 김태균'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할 만하다. 힘겨운 한 시즌을 보낸 김태균에게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결자해지의 시간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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