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사랑해!"
제38회 전북장애인전국체전에서 3관왕 15연패의 위업을 쓴 '육상 레전드' 전민재(41·전북)가 어머니 한재영씨의 손을 시상대로 이끌었다. 전북체전 성화 최종주자로 함께 나섰던 어머니의 목에 빛나는 금메달을 걸어주는 '효녀 딸'의 모습은 훈훈했다. 한씨가 딸을 꼬옥 껴안으며 말했다. "우리 딸, 사랑해!" '전민재가 어떤 딸이냐'는 질문에 한씨는 말했다. "효녀죠. 열 아들 안부러운 효녀딸이죠." 모전여전, 햇살같은 미소가 빼닮았다.
전민재는 28일 전북 익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육상 여자 200m(T36)에서 32초7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400m(1분16초68)와 100m 금메달(15초23)에 이어 이번 대회 3관왕에 올랐다. 15년 연속 3관왕, 2004년 이후 15년간 출전한 전종목에서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전민재는 장애, 성별, 나이 등 세상의 모든 장벽을 넘어선 위대한 스프린터다. 2012년 런던패럴림픽, 2016년 리우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 아시안게임 2관왕 2연패에 빛나는 1977년생 '월드클래스' 선수에게 국내 무대는 좁다. 1m49, 불혹의 그녀가 뇌병변 장애를 딛고 2000년대생 후배들을 줄줄이 따돌리며 100m를 14초대에 주파하는 모습은 볼 때마다 경이롭다. 언제나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깡충깡충 행복을 달린다.
전국체전 16년차 '베테랑' 전민재는 이날 시상식에서 은메달리스트 송현주(28·전남)와 동메달리스트 유승주(18·광주) 등 후배들을 살뜰히 챙겼다. 시상요원 대신 직접 시상식장을 안내했고, 특히 이번 대회 첫 출전한 2000년생 '꿈나무' 동메달리스트 유승주의 유니폼 지퍼를 올려주며, 옷매무새를 일일이 챙겼다. 시상식 후 사진촬영, 단체 파이팅 포즈까지 주도했다. 어린 후배가 처음 출전해 좋냐는 질문에 전민재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흐뭇함을 표했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 비까지 오락가락하는 늦가을의 장애인체전은 무관심 속에 치러졌다. 팬들도 취재진도 없지만 그들은 늘 그래왔듯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사력을 다해 자신의 길을 달렸다. 전민재는 언제나처럼 소감을 준비했다. 경기 전후 발로 또박또박 눌러쓴 편지를 통해 팬들과 소통해온 그녀다. 최근에는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스마트폰 음성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 이날도 스마트폰으로 3관왕 15연패의 역사와 기쁨을 또박또박 전했다. "안녕하세요. 전민재 선수입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나오게 된 지도 어느덧 16년이 지났네요. 2003년에는 은메달, 금메달을 땄고 2004년부터는 계속해서 3관왕을 했습니다. 올해까지 15년째 3관왕을 하는 거라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지난 15년간 끊임없이 정상을 달린 '장애인육상의 레전드'로서 국내 대회 엷은 선수층과 열악한 저변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저희 등급선수가 조금밖에 없어서 아쉬워요. 그래도 올해는 선수가 저를 포함해서 5명이 나왔네요. 내년에는 저희등급 선수가 많이 나와서 경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해외 경기에서는 경쟁하는 선수가 많아서 부담스러운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경쟁의식도 생기고 기록에 대한 욕심도 생기게 돼요. 그런데 한국에는 저희 등급 선수가 몇 명없으니까 경쟁상대도 없고 그래서 경기에 대한 의욕도 사라져요"라고 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앞으로의 계획도 또렷히 밝혔다 "저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는 은퇴 하려고 하는데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제가 1위할 수 있을 때까지는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2022년까지 제 기록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도전하는 자세로 아시안게임까지는 도전해보고 싶어요. 근데 나이가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장담은 할수 없어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노력은 해보려고 해요." 도전을 멈추지 않는 41세 스프린터의 멈추지 않는 열정에 존경의 박수가 쏟아졌다.'미소천사' 전민재가 언제나처럼 햇살같은 미소로 답했다.
익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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