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풀면 돌아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이 이례적으로 선수단 내에서 벌어진 훈훈한 일화를 소개했다. 대견한 마음도 담겨 있었을 것이고,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져 결과적으로 해당 선수에게 응원의 기운이 모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장 감독은 3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을 앞두고 이날의 게임 플랜과 각오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치렀다. 평소처럼 오늘 경기에 대한 운용 계획과 라인업 구성 및 그에 대한 이유 등을 밝히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런데 기자회견을 마치고 일어서서 나가려던 장 감독이 갑자기 취재진을 향해 "김하성에 대한 이야기 하나를 빠트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날 김하성은 7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다. 넥센을 대표하는 강타자로 꾸준히 5번 타순에서 나왔지만, 이날은 하위 타순으로 내려갔다. 장 감독은 "김하성을 좀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며 하위 타순 배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하성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타율이 불과 8푼3리(12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다. 지나친 부담감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런 김하성을 살리기 위해 장 감독은 고심 끝에 타순 조정을 감행했다.
타순 하향 배치의 이유까지 상세히 밝힌 장 감독이 더 할 말이 있다고 하자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장 감독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원래 무언가를 베풀면 또 그만큼 돌아온다고 하는 말이 있지 않나. 그래서 인지 오늘 김하성이 선수단에게 피자를 돌렸다"고 라커룸에서 일어난 일을 털어놨다.
따지고보면, 그리 큰 일은 아니다. 선수들은 종종 시즌 중에도 동료 선수들에게 피자나 커피, 아이스크림 등을 돌릴 때가 있다. 대부분 전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거나 큰 활약으로 팀 승리에 기여한 선수가 이런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하지만 그 주체가 김하성이라는 게 다소 의외다. 김하성은 전날에도 좋은 활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때문에 다른 '나눔 이벤트'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장 감독의 말처럼, 하도 경기가 안 풀려서 무언가 자선 활동이라도 하면 기운이 좀 달라질까 의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그간 자신의 활약이 미미했던 것에 대해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동시에 4차전에서 선전하겠다는 약속의 의미가 더 크다고 봐야할 듯 하다. 그만큼 김하성은 간절하게 플레이오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간절함이 과연 실제 경기에서는 어떻게 나타날 지 기대된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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