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계약? 리스크가 크다."
지난 9월 KBO이사회가 신규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제를 도입한 건 과도한 지출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다.
특정 선수, 즉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들 만한 선수에 대해서는 한미일 구단들이 모두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몸값 경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KBO리그 구단들의 출혈이 커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100만달러로 묶어놓으면 전력에 보탬이 될 좋은 자원을 영입할 수 있겠느냐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10개 구단 이사들간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몸값이 비싸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외국인 선수 제도를 20여년간 시행해 온 구단들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현실로 간주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사실 100만달러 선수나 200만달러 선수나 실력은 종이 한장 차이다. 와서 얼마나 잘 적응하고 구단이 잘 이끌어주느냐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고 했다.
대신 이사회는 1년을 보낸 선수, 즉 재계약할 선수에 대해서는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고 덧붙여 다년계약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전까지 물밑에서 간간이 이뤄진 외국인 선수 다년계약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밀워키 브루어스 에릭 테임즈가 KBO리그 첫 시즌인 2014년 NC 다이노스에서 타율 3할4푼3리, 37홈런, 121타점을 올린 뒤 사실상 2년 계약을 하고 2016년까지 뛴 사례가 있다.
이제는 각 구단이 검증된 선수에 대해 2년 이상의 다년계약을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올시즌 KBO리그를 누빈 선수들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다년계약을 맺을 수 있을까. 계약기간 제한이 폐지됐으니 구단 입장에서는 원하는 기간 만큼 해당 선수를 데리고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사실 프런트 실무진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만만치 않다.
우선, 지나친 지출을 막아보자고 100만달러 상한제를 도입했는데, 다년계약은 그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재계약 대상선수는 몸값 제한이 없는데다 인센티브 조항도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이를 2년 이상의 다년계약으로 맺으면 이전보다 구단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가령 첫 해 100만달러를 받은 선수가 재계약 제안을 받고는 연봉 150만달러에 인센티브와 계약기간 2년 이상을 요구할 경우 구단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몰릴 수도 있다. 물론 선수 실력에 따라 양상은 다를 수 있다.
수도권의 한 구단 관계자는 "다년계약 검토는 하는데 긍정적이는 않다. 우리가 다년계약을 요구해도 선수가 거부할 수 있고, 반대로 1년 계약만 하자고 하는데 선수가 다른 리그를 알아본다고 할 수도 있어 복잡한 문제가 된다. 실제 미국이나 일본서 오퍼가 올 수도 있다"면서 "거기다 100만달러를 가지고 더 뛰어난 신규 선수를 데려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재계약 협상이)이래저래 예년보다 힘든 측면이 많다. 줄다리기가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리그의 발전속도보다 비용을 억제하는 쪽으로 가자는 것인데, 2년째 100만달러가 넘는 선수에 대해 자유롭게 인센티브를 넣고 그러면 오히려 비용이 더 증가한다. 우리는 1년 계약이 기본방침이다. 부상 등 리스크를 감안하면 2년 이상을 보장해 주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년계약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좋은 선수를 오랫동안 쓸 수 있는 부분은 있다"면서도 "결국 구단 뿐만 아니라 선수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재계약이 확정적인 선수들 가운데 2년 이상 계약이 가능한 선수로는 LG 트윈스 타일러 윌슨, 넥센 히어로즈 제이크 브리검, 두산 베어스 세스 후랭코프와 조쉬 린드블럼, SK 와이번스 메릴 켈리, 삼성 라이온즈 다린 러프, 한화 이글스 제라드 호잉,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 등이 꼽힌다. 그러나 해당 구단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부상 위험도 있고, 과도하게 더 달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다년계약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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