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팀(One Team)'. 올해 넥센 히어로즈 선수단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다. 장정석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전체 선수들이 '하나의 팀'이라는 기치 아래 단단히 뭉쳤다.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이다.
이런 선수단의 단합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동작이 바로 '원 팀 세리머니'였다. 야수들은 주로 안타를 날리고 베이스에 나간 뒤 덕아웃을 바라보며 두 손을 머리위로 올려 가볍게 깍지를 껴서 원 모양을 그렸다. 투수들은 경기에서 승리하면 이 세리머니를 했다. 나중에는 팬들도 이 동작을 따라하곤 했다.
그런데 정작 이 세리머니의 '창작자'는 별로 많이 하지 못했다. 부상으로 시즌 중 팀을 떠나야 했기 때문인데, 그가 바로 에스밀 로저스다. 지난 6월 3일 잠실 LG전 때 김현수가 친 타구를 직접 잡는 과정에서 공을 던지는 오른손을 다쳤다. 넷째 손가락 분쇄골절 부상. 금세 회복되기 어려운 부상이라 로저스는 수술과 재활을 위해 결국 한국을 떠났다.
로저스는 미국으로 떠나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이왕이면 자신이 제안한 '원팀 세리머니'를 시즌 내내 따라해 준 히어로즈 동료들에게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강할 것이다. 로저스가 자신이 약속한대로 KBO리그에 돌아오기 위한 관건은 결국 부상 회복에 달려 있다. 일단 이 조건은 충족됐다. 부상 이후 4개월 여 만에 수술과 재활을 모두 마치고 실전 등판까지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실전을 치르며 히어로즈를 비롯한 KBO리그 구단의 콜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로저스는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티그레스 델 리세이 소속 선발 요원으로 꾸준히 경기를 치르고 있다. 가장 최근 등판은 지난 15일 에스테라스 델 오리엔테 전이었다. 승패없이 4⅔이닝 동안 5안타 1볼넷 3탈삼진으로 1실점했다. 20일 현재까지 종합 기록은 6경기 선발에 평균자책점 2.42(26이닝 7자책점)이고, 승패는 없다.
이런 모습을 보면 로저스가 자신의 바람대로 KBO리그에 돌아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국내에서 뛰는 동안에 보여준 구위가 워낙 빼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화 이글스 시절 만들어진 '악동 이미지'도 히어로즈에서 많이 희석됐다. 여전히 튀는 행동을 하긴 해도 기본적으로 팀워크를 해치는 선수는 아니다. 오히려 '원팀 세리머니'를 제안한 것을 보면 '팀의 융화'를 먼저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로저스가 다시 히어로즈 군단의 일원이 될 확률은 현재로서는 별로 높지 않다. 히어로즈 구단은 일단 기존 외인선수 세 명(브리검, 해커, 샌즈)와 재계약 협상을 진행중이다. 조건이 맞으면 함께 가는 것이다. 만약 조율이 잘 안되면 해커의 교체 정도를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해커와 재계약에 실패하면 그 다음 외국인 투수는 가능한 한 왼손선발 요원을 고려중이다. 올해 팀의 선발진이 전부 우완투수 위주로 구성돼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했기 때문이다. 비록 내년부터 이승호가 선발에 합류한다고 해도 여전히 절대부족하다. 때문에 우완투수 로저스는 히어로즈 구단이 내년에 추구하는 스타일과는 안 맞는 셈이다. 결국 내년에 로저스가 '원팀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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