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지게 돼 있다. 이번 FA 시장 3루 포지션은 공급이 차고 넘친다. 이 때문에 '어중간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의 처지는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FA 신청을 한 15명 가운데 3루수는 최 정 김민성 송광민 모창민 등 4명이다. 역대 FA 시장에서 특정 내야 포지션에서 이렇게 많은 선수가 권리 행사를 하겠다고 나선 적은 없었다. 그만큼 몸값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거나 아니면 시장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올시즌 성적을 놓고 보면 각자 뚜렷한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최 정은 SK 와이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천 팬들과의 친밀도가 매우 높아 잔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올시즌 부상 때문에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4리에 그쳤지만, 35홈런을 때리며 장타력 하나만큼은 최정상급 선수임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는 9회 2사후 동점 홈런을 터뜨리면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생애 두 번째 FA 계약을 앞두고 있는 최 정에 대해 SK는 여전히 신뢰를 보내고 있다.
김민성은 사연이 많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는데, 자격 요건 일수에서 하루가 모자랐다. 2010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될 때 KBO가 승인을 이틀 미루면서 등록 일수 부족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법원에 가처분신청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만큼 FA 권리 행사에 대한 의지가 높은 선수다. 올시즌에는 타율 2할8푼3리, 10홈런, 45타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은 주전으로 떠오른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러나 일발 장타에 안정된 수비력을 갖추고 있어 영입 가치는 있다.
송광민은 올시즌 113경기에서 타율 2할9푼7리, 18홈런, 79타점을 때렸다. 최근 3년간 비슷한 성적을 꾸준히 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특히 올해 한화 이글스 내야진의 수비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 구단이 내부 FA 단속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한 만큼 잔류 가능성이 높다.
NC 다이노스 출신의 모창민은 올시즌 왼쪽 족저근막 부상 때문에 8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타율 2할7푼9리에 17홈런, 62타점을 올리며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 막판에는 1루수로도 기용되며 활용 가치를 드높였다. 지난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3할 타율을 쳤기 때문에 올시즌이 상대적으로 저조하게 비쳐질 수 있지만, 리그에서 이만한 3루수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면 FA 시장에서 3루수 수요는 어느 정도나 될까. 뚜렷한 3루수가 없는 팀은 LG 트윈스와 롯데가 꼽힌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이번 FA 시장에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이들 4명의 이적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구단의 전력 보강이라는게 항상 변동성을 갖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원소속팀들 모두 이들과의 재계약을 우선 과제로 꼽고 있기 때문에 잔류 확률이 커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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