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31)에겐 '슬로스타터'라는 달갑잖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최근 두 시즌 동안 전반기에 부진했다가 후반기에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레일리를 바라보는 롯데의 심경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순위 싸움을 위해 시즌 초반 승수 쌓기가 중요한 마당에 1선발로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레일리의 기복은 결코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도 전반기 부진이 계속됐다. 5경기에서 승리없이 3패, 평균자책점 4.88에 그쳤다. 개막전 4이닝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던 레일리는 이후 3경기서 호투했지만, 2패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1푼4리에 그쳤으나, 우타자에겐 3할7푼으로 '극과 극'의 모습을 보였다. 팔각도 조정 등 갖은 수를 썼지만,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2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레일리는 팀이 1-0으로 앞서던 4회말 3실점을 하면서 또다시 흔들렸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제라드 호잉, 이성열 등 중심 타선을 책임져 온 좌타자들 대신 우타자 일색의 타선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지난 21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덱 맥과이어에게 노히트노런 패배 수모를 당한 터라 반전이 절실한 상황. 한화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레일리의 시즌 첫 승은 또다시 멀어지는 듯 했다.
이날 만큼은 다른 듯 했다. 롯데 타선은 5회초 공격에서 2득점으로 다시 균형을 맞추며 레일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우타자를 상대로 도망가는 피칭 끝에 투구수 증가와 강판의 악순환을 겪던 레일리도 7회말까지 104개의 공을 던지면서 마운드를 지켰다. 결국 손아섭이 8회초 1사 3루에서 내야 안타로 결승점을 뽑아냈고, 양상문 감독은 8회말 구승민을 마운드에 올리며 굳히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레일리는 끝내 웃지 못했다. 구승민이 선두 타자 정은원에게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동점을 허용한 것. 손아섭의 내야 안타 때 박수를 치며 환호했던 레일리는 또다시 허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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