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기회가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2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과의 경기에서 죽다 살아났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0-1로 밀려 패색이 짙었는데,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바로 직전 아길라르의 천금같은 동점 프리킥골이 터졌다. 강등권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제주 입장에서 강팀 서울을 상대로 승점 1점을 얻어냈다는 것, 엄청난 가치가 있다.
아길라르가 팀을 살렸다. 에어리어 오른쪽 45도 지점에서, 기가 막힌 왼발 감아차기 슛으로 프리킥 골을 터뜨렸다. 올시즌 제주의 첫 세트 플레이 득점. 프리킥 동점골 뿐 아니라 경기 내내 풀리지 않던 제주 공격이 후반 아길라르와 오사구오나 등 외국인 선수 교체 투입 후 살아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서울의 수비 문을 두들기다, 결국 열어 제꼈다.
하지만 아길라르는 최근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기 힘들다. 최윤겸 감독 부임 이후 선발로 나서는 횟수가 확 줄었기 때문이다. 조성환 전 감독이 팀을 지휘하던 1라운드부터 9라운드까지는 4라운드 코스타리카 국가대표 소집 제외하고 8경기에서 7번 선발로 출전했다. 아길라르를 야심차게 영입한 조 감독의 믿음이 컸다.
하지만 최 감독이 오고 나서는 선발로 뛰는 경기가 거의 없다. 10라운드부터 27라운드까지 선발로 나선 건 5번밖에 되지 않는다. 16라운드부터 18라운드까지 국가대표팀에 다녀왔다고 하더라도 선발 출전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최 감독은 이에 대해 "아길라르는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 장점이 있다. 킬패스를 잘 넣어준다"고 하면서도 "전 소속팀 인천에서는 아길라르 뒤에서 수비적으로 받쳐주는 선수가 있었지만, 우리팀은 그럴 선수가 없다. 우리팀 실점이 너무 많아 수비를 우선시 하다보니 아길라르를 선발로 못내보내고 후반 조커로 투입하고 있다. 아길라르는 공격에 워낙 재능이 있는 선수다. 그러나 수비적인 부분도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수비 가담이 약하고 뛰는 양이 많지 않은 아길라르의 스타일을, 최 감독이 선호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아길라르를 뺀다고 수비가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공격이 더욱 답답해지고 있다는 점. 아무리 수비가 좋아도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가 축구인데, 아길라르 외에 국내 선수들은 공격수들의 움직임에 맞춰 자신있게 공을 뿌려주지를 못하니 제주에게는 난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길라르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서울전을 마치고 만난 아길라르는 "프로 선수로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나는 언제 투입되든 경기장에 들어가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만 하며 준비한다. 늘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이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원하고 있다는 얘기에는 "감독님 의견을 존중한다. 원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다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회가 오면 오늘 서울전같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는 아길라르 뿐 아니라 나이지리아 출신 새 공격수 오사구오나가 후반 교체 투입돼 고군분투하며 공격 흐름을 가져왔다. 아길라르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셈. 아길라르는 "오사구오나는 좋은 피지컬을 갖추고 있다. 오사구오나 뿐 아니라 다른 동료들과도 호흡을 잘 맞춰가고 있다"고 밝혔다.
아길라르는 마지막으로 강등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의 미래에 대해 "무조건 이길 것이고, 우리는 무조건 반등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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