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종목을 막론하고 모든 스포츠는 정해진 '룰'을 지키는 데서 그 의미를 지닌다. 스포츠의 세계에 속한 선수도 마찬가지다. 어떤 경우든 정해진 룰을 지키지 않고,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편법에 기대면 안된다. 영미 문화권에 아예 '스포츠맨십(sportsmanship)'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것 또한 이런 스포츠의 기본 정신과 선수의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프로축구에서는 때때로 스포츠의 기본 정신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띈다. 선수 또한 스포츠맨십을 지키기는 커녕 에이전트나 부모의 뒤에 숨어 자신은 '나 몰라라' 하는 식의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실력 자체로는 '국가대표급' '탈아시아급'이라는 평가를 받을 지라도 처신만큼은 유소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최근 국내 복귀를 추진하던 백승호(24)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또한 K리그2 전남과 만든 우선 복귀 합의서를 무시하고 FC서울에 입단한 박정빈도 비슷한 경우다.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 백승호는 현 소속팀 다름슈타트에서 입지를 잃자 K리그 복귀를 추진했다. 전북 현대가 다름슈타트와 이적합의를 마쳐 최종 계약서 사인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돌연 수원 삼성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알고보니 수원은 백승호가 중학생 시절 FC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할 때 물심양면으로 큰 지원을 했고, 이를 근거로 국내 복귀시 수원으로 돌아오기로 한 합의서를 작성했던 것이다.
복잡할 것 없는 사항이다. 신의의 원칙에 따라 합의서의 내용을 지키거나 또는 합의서 내용을 이행하지 못하겠으면 위약 조항대로 하면 된다. '해석의 여지' 운운하는 건 비겁한 변명에 다름없다. 현재 비난의 제1 대상은 수원과의 합의서 작성 내용을 숨기고 전북 복귀를 추진한 백승호의 에이전트와 부모 등이다. 선수의 신변에 관한 사항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입단을 추진한 전북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북이 합의서의 존재를 모를 리 없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백승호는 이 문제에서 빠진 듯한 인상이다. 에이전트, 구단, 선수의 부모 등에 대해서는 '옳으니 그르니' 비판을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백승호야 말로 이 문제의 주체다. 무엇보다 백승호는 이제 더 이상 유소년이 아니다. 해외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20대 청년이다. 자기 앞가림을 할 만한 나이고, 자기 행동에 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성인이다.
하지만 K리그는 전통적으로 선수에 대해서는 비판의 잣대를 잘 들이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국내 복귀 과정에서 전북과 FC서울 사이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기성용도 비슷하다. 선수의 주변에서 정당하지 못한 행위를 했더라도 해당 선수가 사리판별이 가능한 성인이라면 그런 일들에 대해 무관할 수 없다. 다 알면서도 모른 척 했을 정황이 크다.
그저 축구만 잘하면 주위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던 습성이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공만 차는 기계'가 아니라면, 선수 스스로가 나서 성숙하게 일에 직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잘못된 일은 사과하고, 바로잡을 내용은 정정하면 된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니다. 다만, 남의 뒤에 숨어서 편안하게 이득만 취하려는 행위는 잘못이다. 그건 스포츠맨십에 맞지 않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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